[사설]국회는 이석기 체포동의안 신속 처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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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이끈 지하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회합 녹취록 일부가 공개됐다. 이 의원은 조직원들에게 “북(北)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우리는 모든 행위가 다 반역이야”라며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정규전이 아닌 비정규전 이런 상태가 앞으로 전개될 것이다.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북한이 주도하는 적화통일을 지원하기 위해 남한 쪽에서 무장봉기를 일으키자는 얘기로 들린다.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은 이 회합에서 “중요한 시기에는 우리가 통신, 철도, 가스, 유류 같은 것을 차단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국가 주요시설의 타격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 날조와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이 사건의 몸통인 이 의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가려야 한다. 수원지검은 어제 이 의원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수원지법은 영장 처리에 앞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발송해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체포동의요구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로 보내진다. 국회는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 처리해야 한다. 다음 달 2일 정기국회가 자동 개회하는 만큼 이르면 4일을 전후해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으면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한다.

현역 국회의원에게 내란 음모 혐의를 적용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여야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이 153명으로 체포동의안의 단독 처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을 두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거에서 통진당과의 야권 연대를 통해 친북세력의 국회 진입을 도운 ‘원죄’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총선 이후 통진당이 보여준 비민주적 정당 운영과 국가관 때문에 연대 관계를 정리했고, 스스로 거듭나지 않는 한 관계 복원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말이 진심이라면 민주당은 국기를 뒤흔든 사건을 주도한 통진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대로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과 내란 음모 사건은 별개다. 더구나 여야는 통진당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 처리를 계속 미루면서 이 사태를 방조한 측면이 있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떠나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통진당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어제 “무장이나 총기 준비는 강의의 주요 내용이 아니었다” “적기가(북한군 군가)를 그날 행사에서는 부르지 않았다”며 황당한 해명을 했다. 통진당은 국민 혈세를 지속적으로 지원받는 원내 정당이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없다. 통진당이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아선다면 지하조직과 통진당의 연계성만 의심케 할 뿐이다.
#통합진보당#이석기#RO#녹취록#체포동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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