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다시 돌아온 넥센 오재영 “참 오래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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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3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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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오재영. 스포츠동아DB
넥센 오재영. 스포츠동아DB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1년 만에 복귀
2672일 만의 선발등판에서 거뜬 승리, 팀에 활력
2004년 현대 우승 멤버, 넥센 창단 첫 4강도 앞장


“할 짓이 못 되더라고요.”

생각만 해도 괴로운지, 넥센 오재영(28)의 목소리에 잠시 한숨이 섞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1년 만에 돌아온 1군 무대. 부상의 고통보다 더 힘들다는 재활 과정 얘기가 나오자 그가 보인 반응이다. “잘하는 것보다 아프지 않는 게 최고”라는 오재영의 말은 뼛속 깊은 진심을 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다시 마운드에서 던지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할 뿐이다. 오재영은 30일 광주 KIA전에 앞서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서 조심해서 던지려 한다. 그런데 마운드에 올라가면 자꾸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이렇게 던질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털어놓았다.

● 7년을 기다린 선발 복귀, “지금은 돌아와서 그저 행복”

오재영은 넥센의 전신 현대가 마지막으로 우승했던 2004년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베테랑이 즐비한 팀에 젊은 혈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늘 선발로 나서던 그가 자신의 자리를 다시 찾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6년 4월 29일 잠실 LG전 이후 2672일이 흐른 22일 목동 NC전에서야 선발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7년을 기다려온 날이었다. 그는 5이닝 2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해 대뜸 승리투수가 됐다. 다음 선발등판인 28일 잠실 LG전에선 4.1이닝 3실점으로 물러났지만, 4회까지 퍼펙트로 틀어막으면서 초반의 흐름을 넥센 쪽으로 끌어오는 데 일조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오재영이 등판한 경기에서 3승을 했다. 이걸 졌다면 그냥 3패가 아니라 ‘-6’이 되는 것”이라며 “기대한 만큼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내년까지 쭉 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오재영 스스로도 뿌듯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단 돌아와서 좋고, 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아서 좋다. 그리고 팀이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을 보탤 수 있어서 좋다”며 “자꾸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 2004년 현대의 우승 멤버, 넥센의 첫 4강을 꿈꾸다!

오재영은 지난 시즌 중반까지 넥센 불펜의 핵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수술과 재활을 경험하면서 1년을 쉬었다. 그가 돌아온 8월은 팀의 4강 순위 싸움이 절정에 달한 시기. 오재영은 “2군에서 1군 경기를 보면서 솔직히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빨리 가서 뛰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이미 현대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해봤기에 더 그렇다. 이제 넥센에는 2004년 현대의 우승을 함께 한 멤버가 오재영을 포함해 딱 4명(송지만·송신영·이택근) 남았다.

오재영도 올 시즌 자신과 팀의 과제는 오직 ‘가을잔치’라는 것을 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을 알고, 직접 경기에 뛰는 설렘과 긴장을 이미 느껴봤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와 닿는 이유다. 오재영은 “예전에는 힘으로 던지는 스타일이었지만, 이제는 투구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다음 경기도 잘 준비해서 더 좋은 결과를 끌어내고 싶다는 생각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오재영의 2013 시즌은 조금 늦게 시작됐다. 그러나 마지막은 팀과 함께 할 수 있다. 그 끝이 가을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오재영 역시 강조했다. “꼭 4강에 갈 겁니다. 오래 기다렸으니까.”

광주|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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