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강연은 했지만 내란음모 납득 못해, 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 전쟁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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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국회 회견… 혐의 전면 부인
“의원직 사퇴 없이 사법절차 임할 것”

“끝까지 싸우겠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비밀회합 녹취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다소 초췌한 모습을 보여 전날인 29일의 여유로운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끝까지 싸우겠다”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비밀회합 녹취록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다소 초췌한 모습을 보여 전날인 29일의 여유로운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30일 공개된 ‘5월 12일 비밀회합 녹취록’에 대해 “국가정보원의 날조와 모략에 대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혐의는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거취에 대해서는 “의원직 사퇴는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 12일 모임에서 강연을 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시 모임에서 전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전쟁을 막기 위한 준비를 호소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미소를 짓기도 하는 등 여유롭고 당당한 모습으로 일관했던 이 의원은 하루 반 만에 초췌하고 풀죽은 모습이었다. 지나치게 작은 목소리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가 “크게 말씀해 주세요”라는 취재진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선 ‘날조된 모략’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에 나온 인명 살상, 파괴 지시는 철저히 부정한다. 북은 옳고 남은 틀리다고 말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총기 준비 및 시설 파괴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권역별 토론자들 발언에 대해선 “(나는) 강연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보도연맹 사건에서 20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이 학살당하지 않았나. 그 정도의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이 의원은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 당당하게 임할 것”이라며 “통진당에 대한 최대의 탄압으로 간주하고 비상체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통진당도 이날 당 차원에서 “녹취록은 날조 수준의 왜곡이자 국정원의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통진당은 오전 7시 당 원내대표인 오병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긴급 지도부 회동을 했다. 29일 시작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끝난 직후였다. 이 의원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내내 오 의원실에 머물렀다. 회의 후 홍성규 대변인은 “녹취록상 일부 참가자의 발언이 거의 날조 수준으로 왜곡돼 있다”며 원색적으로 국정원을 비난했다. 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주장했다며 국정원이 회의록을 짜깁기해 왜곡하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내란음모라고 할 증거를 한 개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녹취록에 이름이 실린 사람들은 오후 3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김 경기도당 위원장은 “5월 모임은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는 상황에서 열렸다. ‘전쟁 반대’ ‘평화 실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누는 모임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은 ‘조직원들이 적기가를 불렀느냐’는 질문에 “그날은 안 불렀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모임에서) 적기가 부른 적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한다. 확실히 그날은 안 불렀다”고 답했다.

한편 통진당 김재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5월 모임에 참석했느냐’는 질문에 “물론 간 적이 없다. 그런 모임이 없었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모임이 없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영일·최창봉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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