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자질구레 뉴스에 담아낸 따뜻한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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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구레 신문/김현수 글·홍선주 그림/196쪽·9000원·한겨레아이들

한겨레아이들 제공
한겨레아이들 제공
신문을 읽는 재미 중 하나는 구석구석 자리 잡은 작은 꼭지들을 찾아 읽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한 번쯤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추석날 고향 가는 기차 안에서 아기를 낳았고 그 아기에게 미역을 선물한 역장님 이야기 같은 것 말입니다. 살다 보면 한 번쯤 일어날 법한 일입니다.

이 책을 읽으니 불현듯 그런 기사 꼭지들이 떠오릅니다. 자질구레, 이 단어가 그 꼭지와 딱 맞는 말이네요. 이야기를 읽고 나면 자질구레라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흔히 사용되는 단어에 좀 더 견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 이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겠지요.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고 구체적인 자질구레한 일로만 신문을 만듭니다. 세 돌이 지난 하은이가 비로소 쉬를 가리게 된 이야기, 보신탕집 아저씨가 강아지를 키우게 된 이야기로 구성된 신문이 ‘자질구레 신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호 신문에는 지난 기사의 뒷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은 동명의 단편을 필두로 다섯 편의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입니다. 작가는 호기심 많고 인심 좋은 사람일 것 같습니다. 책 첫머리 ‘작가의 말’은 또 다른 단편 하나가 보너스처럼 있습니다. 인심 좋은 이야기꾼에게서 흘러넘친 이야기의 거품처럼 보입니다.

작가는 주변을 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그 시선 안에 사람을 보듬어 안아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두 번째 실린 단편 ‘불사신’에는 그런 작가의 특징이 잘 보입니다. 어떻게 표현해도 어두울 것 같은 철거민의 상황에 불사신이란 아이들의 상상력을 더합니다. 불사신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가다 보면, 철거민의 막다른 현실이 눈앞에 드러나 있습니다. 아프다, 아프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읽는 이를 더 아프게 합니다.

여러 가지 이력을 거쳐 동화를 쓰게 되었다는 작가의 이력에 눈길이 갑니다. 그런 이력들이 첫 책에 실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의 두 번째 책에서도 그 힘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자질구레 신문#뉴스#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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