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이식금지된 질환 앓던 인체조직 다수, 다른 환자에 이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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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퇴행성 질환을 앓던 사람의 인체조직 다수가 다른 환자에게로 이식된 사실이 드러났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인체조직 기증자 602명의 질병내역 자료(2010~2012년)에 따르면 이중 21명이 B형간염, C형간염, 치매 등 이식이 금지된 질병을 생전에 앓았다. 이들에게서 채취된 뼈, 피부, 혈관, 근막 등 377개 조직 가운데 51개가 다른 환자에게 이식됐다. 현재로선 질병 감염이 의심되는 조직을 정확히 몇 명의 환자가 기증받았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질환별로는 치매환자가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C형간염 4명 △정체불명의 만성 바이러스간염 4명 △B형간염 2명 △원인불명 사망자 1명 순이었다. 인체조직 기증과 이식을 규정한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염성, 퇴행성 질환자에게서 분리한 인체조직을 다른 환자에게 이식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이처럼 인체조직 기증과 관리에 허점이 뚫린 가장 큰 이유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심평원, 인체조직은행 등 관련 기관 간의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 현행법에 따르면 기증자의 병력에 대한 자료를 관리하는 심평원에 식약처, 조직은행이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얼마 전 인체조직 기증의 관리·감독 강화를 위해 심평원에 기증자의 질병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기증자와 기증 받은 환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자료를 아직도 제출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직 기증 및 이식수술 전의 점검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현행법은 생존한 기증 예정자나 사후 기증자의 유족에게 건강상태, 질병유무에 관한 문진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뇌사자나 사후기증자의 경우 유족이 기증자의 병력과 건강상태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전점검의 실효성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식약처, 심평원, 전국 각지의 인체조직은행 간 조직 기증자의 병력에 대한 정보가 원활히 공유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질병에 감염된 인체조직을 이식받은 환자를 조속히 파악하고 부작용을 치료, 관리하기 위해 꾸준히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철호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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