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中태자당에 러브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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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비즈니스 하려면 ‘관시’ 중요
장쩌민 손자-원자바오 딸 등 혁명원로-관료 자제 모시기 경쟁

‘중국 황태자들은 금융을 사랑해.’

‘미국의 소리(VOA)’ 중문판은 최근 특집 기사에서 세계 금융기관들이 중국 업무를 위해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나 고위 관료의 자제)을 고용하는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몰락’을 출판한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고든 창은 “이런 현상은 중국 개혁개방 이래 계속 있었다”며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관시(關係·관계)’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손자 장즈청(江志成)은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딸 원루춘(溫如春)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는 유명 회계법인 아서앤더슨 등에서 일했다. 우방궈(吳邦國)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의 사위 펑사오둥(馮紹東)은 메릴린치를 도와 220억 달러(약 24조4000억 원)에 이르는 중국공상은행의 상장을 도왔다.

서방 금융기관에 채용된 이들 태자당은 단순히 ‘관시’를 넘어 로비 창구로 활용되기도 한다. 미국 증권위원회(SEC)는 미국 내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중국 국영기업 고위 관료의 자녀들을 채용해 중국에서 사업을 부당하게 따냈는지에 대해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중국 황태자를 모셔오고 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2004년 리루이환(李瑞環) 전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아들 리전즈(李振智)를 메릴린치에서 스카우트해 1000만 달러(약 111억 원)의 연봉을 줬다고 한다. 당시 리 씨는 메릴린치에서 1년을 일한 신참이었다.

태자당은 아니어도 부모가 관리인 중국의 해외 유학생들은 금융 관련 분야에 대한 선호가 일반 유학생보다 높다. ‘만다린 캐피털 파트너’ 창업자인 알베르토 포르키엘리 씨는 “관얼다이(官二代·관리의 자제)는 의학이나 건축을 배우지 않고 주로 금융을 배워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 가는 게 매우 보편적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주석의 손자 장즈청처럼 하버드대를 졸업할 정도로 많은 태자당이 아주 우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송은 “서방 금융기관들이 관얼다이를 중시하는 것은 인맥 관리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태자당이나 관얼다이는 이처럼 세계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벤처투자사나 사모펀드를 세워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장즈청은 2010년 홍콩에서 사모펀드 ‘보위(博裕) 캐피털’을 공동 창업했다. 리전즈도 사모펀드계에 투신했고, 그의 동생 리전푸(李振福)도 ‘더푸(德福)자본’이라는 사모펀드를 창업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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