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영길 총참모장에 임명… 남북 화해무드에 맞춘 ‘유화 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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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에 이영길 대장 계급장 사진… 행사 주석단에 김격식 모습 안보여

2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의 ‘횃불컵’ 1급 남자축구 결승경기 관람 소식을 보도한 노동신문 사진에 대장 계급장을 단 이영길(점선 안)이 등장했다. 노동신문 캡처
2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오른쪽)의 ‘횃불컵’ 1급 남자축구 결승경기 관람 소식을 보도한 노동신문 사진에 대장 계급장을 단 이영길(점선 안)이 등장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체제의 실세로 주목받는 이영길 인민군 상장(우리의 중장)이 최근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주도한 대남 강경파 김격식 총참모장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화해 모드 조성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29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횃불컵’ 1급 남자축구 결승경기 관람 소식을 보도하며 게재한 사진에 이영길은 대장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그는 또 북한 매체들이 이날 경기를 관람한 주요 간부들을 소개하면서 호명한 순서에서 장정남 인민무력부장보다도 앞섰다.

이에 따라 이영길이 인민무력부장보다 서열이 높은 군 총참모장으로 승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격식 현 총참모장이 이영길로 교체됐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장 주석단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등 주요 고위간부들이 모두 참석했는데 김격식 총참모장의 모습만 보이지 않아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위원회에서 내렸다는 ‘중요 결정’이 대미 대남 유화 공세이고 그 일환이 김격식 총참모장의 교체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회의에서 ‘조직문제’도 토의됐다고 전했다. 김격식이 경질됐다면 5월 초 인민무력부장에서 총참모장으로 승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대표적인 군부 강경파인 김격식이 북한의 경제 개방과 대남 관계 개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에 해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인사 교체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북한의 화해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격식은 75세지만 이영길은 50대 후반의 소장파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지금이야말로 대화 분위기와 평화적 환경 마련에 유익한 정책적 결단만이 허용될 때”라고 촉구했다.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힘겹게 조성되고 있는 조선반도에서의 화해 분위기가 낡은 대결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온당치 못한 처사로 엄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지금 이 시각도 여러 가지 건설적이고 과감한 평화적 조치들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냉전시대의 유물인 적대관념과 동족대결정책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을 때”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한#김정은#강경파#김격식#이영길#총참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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