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동네야구지만… 희망을 던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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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철원팀 어린이들 훈련 구슬땀
야구초보들 매주 한번씩 모여 경기… 연내 30개팀 만들어 전국대회 개최
“동네야구 챔프 가리는 토너먼트 열것”

다문화 가정 또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철원팀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들은 조만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가 주최하는 ‘동네리그’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아래쪽 사진은 7월 24일 서울 잠실유소년야구장에서 열린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소속 고양팀과 부천팀의 ‘동네리그’ 개막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제공
다문화 가정 또는 조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철원팀 멤버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들은 조만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가 주최하는 ‘동네리그’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아래쪽 사진은 7월 24일 서울 잠실유소년야구장에서 열린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소속 고양팀과 부천팀의 ‘동네리그’ 개막전.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제공
비무장지대(DMZ)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강원 철원군 동송읍 오덕초교 운동장은 매주 일요일 어린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찬다. 김형래 희망지역아동센터장이 이끄는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 철원팀’ 멤버들이 야구하며 내는 소리다. 어린이들은 이 팀에서 난생처음 야구를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 지역은 다문화 가정이나 할머니, 할아버지하고만 사는 아이가 많다. 프로야구가 인기라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며 “군부대나 사회인 야구팀에 협조 요청을 드렸는데 언제나 답이 없었다. 그러다 아트앤하트를 알게 돼 마침내 팀을 꾸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야구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이종범 한화 코치와 군 복무(광주 31사단)를 같이하면서 야구에 관심을 갖게 됐다.

1990년대 이전까지 동네 골목마다 찜뿌(동네마다 표현이 다르지만 표준어는 ‘찜뿌’)를 하는 어린이를 찾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트앤하트유소년야구학교에서 하는 야구는 이 찜뿌의 21세기 버전이다. 이 학교는 야구 초보들이 친구들하고 야구를 하면서 잘 놀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 하루 3시간씩 지도하고 있다. 경기가 끝나면 홈페이지(www.ahabaseball.com)에서 자기 기록도 찾아볼 수 있고, 어린이기자가 돼 경기 내용을 기사로 써 홈페이지에 올릴 수도 있다.

학교인 만큼 선생님도 따로 있다. 철원팀을 지도하고 있는 김인기 감독은 인천고 등에서 35년간 학생 야구를 지도했다. 매주 장비를 직접 챙겨 아이들을 지도하는 김 감독은 “비록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동네야구지만 아이들이 멋진 유니폼을 입고, 제대로 장비를 갖추고 뛰다 보니 눈빛이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며 “구경 온 학부모들도 캐치볼을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많아 야구 소풍을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올 6월 활동을 시작한 이 학교는 여름 방학 때 경남 남해에서 야구 캠프를 진행하면서 첫걸음마를 뗐다. 철원팀은 이 학교의 일곱 번째 팀이다. 아트앤하트는 올 겨울방학까지 30개 팀을 만들어 전국 동네야구 챔피언을 가리는 ‘유소년야구 슈퍼토너먼트 대회’(가칭)를 열 계획이다. 이후에도 팀을 계속 늘려 지역별 리그와 전국 대회 등으로 발전시켜 갈 방침이다.

하지만 철원팀 어린이들에게는 이 대회마저 아직 너무 먼 목표다. 이들이 당장 바라는 건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인천 문학구장 방문이다. 이들은 SK 경기가 열릴 때마다 TV 앞에 앉아 김 센터장이 부탁한 이만수 SK 감독의 초청장이 도착할 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이 감독은 대구에서 컸지만 군인이던 아버지가 철원에 근무할 때 태어나 철원이 고향이다.

철원=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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