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한꺼번에 오른다니… 요금 겁나 택시 타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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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기본요금 인상안 시민들 반발

“한꺼번에 최대 700원이나 올리면 겁나서 택시 타겠습니까.”(시민)

“요금 올라봐야 나중에 납입기준금(사납금)도 올라 업주 배만 채울 겁니다.”(법인택시기사)

27일 서울시가 택시 기본요금을 500∼700원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시민과 택시업계 양쪽에서 동시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서울시는 시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서비스 향상을 함께 이뤄내겠다고 했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직장인 박진영 씨(36·서울 동대문구 제기동)는 “가까운 거리는 택시를 많이 타는데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크게 오르면 부담스러워서 잘 안 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점은 택시기사들도 동의한다. 봉시종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사무국장은 “요금이 한꺼번에 오르면 시민에게 부담이 되지만 시행 초기 승객이 급감해 택시기사도 나쁜 점이 있다”며 “버스나 지하철처럼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매년 조금씩 올리는 완충작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서울시민, 경기도민 의견 달라

서울을 벗어날 때 요금이 20% 더 붙는 시계외(市界外) 할증요금제를 재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경기도에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불만이 더 크다. 기본요금이 3000원인 기본안을 적용할 때 자정을 넘어 서울시청에서 택시를 탈 경우 일산호수공원까지 요금이 현재 2만4720원에서 2만7260원으로 10.3% 오른다. 강남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는 1만8360원에서 2만280원으로 10.5%, 사당역에서 과천정부청사역은 8400원에서 9680원으로 15.2%까지 높아진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40)는 “시계외 할증 없이 기본요금을 3100원으로 올리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시내에서만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할증이 있더라도 기본요금을 낮추는 게 낫다”고 말했다.

택시 심야할증 시간대를 한 시간 앞당기는 방안도 반발이 크다. 일부 기사 사이에서는 시민들이 택시 이용을 꺼려 오히려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택시 심야할증 시간대를 1시간 앞당기면 택시 수요가 몰리는 오후 11시∼오전 1시에 택시 공급이 늘어나 승차난이 다소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인택시기사 “사납금 오르면 어쩌나”

요금인상안에 대해 개인택시기사보다 법인택시기사의 불만이 큰 것도 주목할 만하다.

법인택시기사 박모 씨(48)는 “요금이 올라봐야 하루에 손님을 20∼25명 태운다고 할 때 운송수익이 1만2000∼1만5000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며 “그러나 요금 인상에 뒤따라 내년에 택시업주들이 납입기준금(사납금)을 올리면 기사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택시기사 이모 씨(43)도 “단거리 승차거부를 안 하려면 기본요금이 4000원 정도는 돼야 한다”며 “거리와 시간을 병산하는 주행요금이 오르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요금 인상 전에 택시기사들의 월수입이 23만∼27만 원 인상될 수 있도록 조정했다”며 “요금 인상이 실질적인 택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택시요금#기본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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