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디스의 허용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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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9일 07시 00분


사이먼디-이센스-스윙스-다이나믹 듀오(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아메바컬쳐·브랜뉴뮤직
사이먼디-이센스-스윙스-다이나믹 듀오(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아메바컬쳐·브랜뉴뮤직
가족 비난 금물…한 두 차례만 주고받아야

지난 주말 래퍼들의 수위 높은 ‘디스 전쟁’으로 힙합계가 뜨거웠다. 특정인에 대한 비방과 욕설이 비트 위에서 랩의 운율을 따라 흐르며 청각을 강하게 자극했고, 힙합 마니아들은 열광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이 생소했던 대중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힙합 문화라 하지만 지나친 갈등 양상을 빚어내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가질 정도로 비난의 수위가 높았다. 폭로와 인신공격성 내용까지 담고 있어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의문도 생긴다.

그렇다면 ‘디스’의 허용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힙합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상대를 공격할 때에는 당사자에 국한해야 한다. 그의 가족까지 거론하는 것은 금물이다. 흔히 친구나 동료간에 말다툼을 할 때도 가족을 거론하며 욕설을 퍼부을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디스’는 ‘디스’로만 맞대응하고, 한 두 차례만 주고받는 것이 힙합계 ‘상식’이다. ‘디스 배틀’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비난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막장’과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한 쪽이 중단한다. 심한 비방과 욕설은 명예훼손 소송의 위험도 있지만, 래퍼 사이 ‘디스’로는 서로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랩은 랩일 뿐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래퍼들의 ‘디스’는 링 위에서 펼쳐지는 격투기에 비유된다. 두 선수가 링 위에서는 난타전을 벌이지만, 링 밖에서는 서로를 존중해주는 ‘동업자’들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링 안과 밖을 구분하지 못하면 아마추어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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