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간]아기땐 걸어오른 남산을 케이블카로 ㅎㅎ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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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1년 전, 막내가 제법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가깝지만 자주 가지는 않던 남산을 올랐습니다. 학창시절 남산 도서관에 가던 추억을 더듬어 갔지요. 그때만 해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 쉽게 길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 우리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참배하고 미니동물원을 구경한 다음 남산 정상을 향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안 따라 줄까 봐 걱정 했는데 의외로 별 투정 없이 잘 따라 주었습니다. 중간에 둘째가 목이 마르다고 해서 음료수 사준 것 말고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두 형제가 서로 손을 잡아주고 해서 무사히 정상까지 올라갔지요.

남산 정상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 다음 서울시내 구경을 하고 내려올 때도 두 녀석이 서로 도와주면서 잘 내려왔습니다. 등산을 하면서 형제애를 느낀 것 같아서 흐뭇했습니다. 그 후에도 두 형제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잘 지내는 것을 보면 남산 등반의 효과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진 속의 꼬마인 둘째는 너무 약하게 태어나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느덧 대학 졸업 후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진은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21년 전의 추억을 되살려 남산에서 찍은 것입니다. 예전에는 걸어서 잘도 올라갔는데 지금은 뭐가 그다지도 바쁜지 걸어서 올라갈 시간이 없다고 해서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정상 부근은 별로 변한 곳이 없었는데, 다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졌더군요.

비록 걸어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지난 추억을 새삼 느끼게 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우리가족 모두 행복했습니다. 아들아! 다음에는 시간 충분히 내서 걸어서 올라가자꾸나.

서헌원 씨(서울 양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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