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입 간소화 반갑지만 입시 안정성 훼손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응시하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A, B형으로 구분된 선택형 수능을 폐지하고 한국사를 사회탐구 영역에서 분리해 필수 과목으로 바꾼다. 어제 발표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라 경우의 수가 3000개가 된다는 복잡한 대입 전형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과와 이과 통합 등 굵직한 개혁은 빠지고 완전한 선택형 수능시험은 1년 만에 폐지된다. 입시제도가 안정성을 잃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출렁거리고 있다.

수준별로 시험을 골라 칠 수 있도록 한 선택형 수능 폐지는 수험생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 정책인 선택형 수능은 학생의 학력과 진학할 대학의 수준에 맞춰 수능을 골라서 치르도록 함으로써 입시 부담과 사교육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선택형 수능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서 바로 폐지함으로써 입시의 안정성을 해치는 선례를 추가했다. 영어는 2015년도부터, 국어와 수학은 2017년도부터 없애기로 한 것은 충격을 줄이려는 노력이겠지만 수능의 골간을 바꿨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2014년도 수능 시험을 치르는 현재 고3은 수능을 두 번 치렀던 1994년도 수험생처럼 변화무쌍한 입시제도의 희생양이 됐다.

대입 전형에 대한 컨설팅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복잡했던 전형 방식을 수시 4개, 정시 2개 등 최대 6개로 간소화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학생과 교사의 지지를 얻을 것 같다. 그러나 대학 측의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기존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학력이 낮은 수험생을 걸러내던 대학들은 수시모집 인원을 줄이고 논술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모집이 늘면 수능에서 유리한 특목고가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사 필수화는 이번 대입전형 개편의 가장 ‘뜨거운 감자’다. 자라나는 세대의 역사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능 필수과목에 넣는 방법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교육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사 수능 필수화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았다고 밝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급조한 조치임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학습 부담을 줄이고 대입 전형을 간소화한다면서 국사 필수화로 수험생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교육부는 문과와 이과를 분리하는 현행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문·이과 완전 융합안을 검토했으나 현행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현재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제도에서 문·이과를 구분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밖에 없다. 21세기는 문·이과를 넘나드는 창조형 융합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철지난 틀로 어떻게 창조경제의 동력을 확보하겠는가. 문·이과를 통합할 경우 새로운 사교육이 횡행할 것을 걱정한다지만 근거가 희박하다. 문·이과 통합은 잘만 하면 기존 사교육 체제를 무력화할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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