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당정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합의에 강력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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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선로비용 등 부담… 싼게 아냐”

“전기요금이 1% 오르면 영업이익이 1% 떨어집니다.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비용 상승은 치명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논의 중인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얘기를 꺼내자 A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비용적인 측면만이 아니다.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될 경우 기업들은 시간대별 조업 패턴도 다시 짜야 한다. 전기요금이 오를 때마다 이를 조정하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26일 당정협의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값싼 전기를 펑펑 쓰는 바람에 전력난이 생겼다고 몰아가선 안 된다”며 “기업은 전기 먹는 하마가 아닌 잘 쓰는 소비자”라고 주장했다.

○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싸다?

기업들은 산업용 전력 판매단가가 주택용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산업용 전력요금 판매단가는 1시간 동안 1kW를 사용했을 때 92.83원이었다. 주택용(kWh당 123.69원)의 75%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용의 경우 철탑을 포함한 송전선로를 기업이 직접 설치한다. 선로 용지 보상과 유지보수 비용도 기업 부담이다. 요금에 송배전에 드는 비용이 포함된 주택용보다 당연히 원가가 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 판매단가보다는 ‘원가회수율’(전기 생산원가 대비 판매단가 비율)을 따져봐야 한다고 기업들은 지적한다.

한국전력은 2011년 말 전기요금을 평균 4.5% 인상(산업용 6.5%, 주택용 0%)하면서 원가회수율 추정치를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산업용의 원가회수율은 94.4%로 주택용(86.4%)보다 8%포인트 높았다. 다시 말해 한전이 100원을 들여 생산한 전기를 산업용은 94원, 주택용은 86원을 받고 판다는 얘기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8월 6.0%(주택용 2.7%) 인상된 데 이어 올해 1월 또다시 4.4%(주택용 2.0%)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원가 상승 요인만 없었다면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은 100%를 넘어섰을 것으로 산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전략조정실장은 “어느 나라든 산업용 전기요금을 주택용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한국은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고 말했다.

○ “우리가 봉이냐”

재계는 전력난이 발생할 때마다 기업들을 주범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쓰는 전기는 ‘생산적 활동’을 위한 것임에도 마치 낭비를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 정유, 석유화학 업계 등 장치산업이 그렇다.

석유화학 업체인 B사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10원만 올라도 각 회사는 수백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며 “당장 수출 경쟁력 약화도 문제지만 정부가 전기요금을 계속 올린다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섬유업체인 C사 관계자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화학 및 섬유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전기요금이 오르면 국내 생산 물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기 요금 인상이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한국은 전형적으로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전기 사용을 강제로 억제할 경우 기업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인 김영환 민주당 의원도 “국내 기업들은 토지 가격과 임금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 덕분에 버텨왔다”며 “전력 수급 정책 실패 때문에 빚어진 전력난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나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창덕·강홍구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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