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의 ‘국산 심장’ 뛰느냐 멎느냐 갈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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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사청, 파워팩 국산화 최종결론 임박

차기 전차 K-2(흑표)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팩(엔진+변속기) 국산화의 성패에 대한 최종 결론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방위사업청이 이달 안으로 국내 업체가 개발한 K-2 전차용 파워팩의 전투용 적합 여부를 판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파워팩은 엔진에 변속기를 결합한 동력 전달 장치로 K-2 전차의 핵심 부품이다. 엔진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변속기는 S&T중공업이 각각 제작한 국산 파워팩은 당초 이달 말까지 모든 시험 평가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4월 K-2 전차의 주행시험평가 도중 국산 파워팩의 엔진 실린더가 파손된 뒤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시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기술 측면에서 보면 국산 파워팩은 전투용 부적합 판정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산 파워팩의 성능 결함 논란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7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가 시운전 과정에서 갑자기 멈춰 선 것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고장이 잇따랐다. 냉각팬 속도 제어, 냉각시험 최대 출력, 가속 성능 등에서 성능 미달도 나타났지만 군 당국은 3차례에 걸쳐 국산 파워팩의 개발 완료 시한을 연장했다. 파워팩의 국산화가 기술 축적과 방산 수출 시장 개척 등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정치권과 업계의 주장을 수용한 결정이었다.

국산 파워팩의 개발이 거듭 지연되면서 K-2 전차의 실전 배치 시기도 2012년에서 2014년으로 연기됐다. 그나마 K-2 전차의 전체 도입 물량 200대 중 100대(1차 양산 물량)에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는 조건이었다. 나머지 K-2 전차 100대는 국산 파워팩을 탑재해 2016년부터 전력화할 계획이지만 파워팩의 개발이 계속 늦어지면서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군 일각에선 파워팩 국산화를 더 고집하기 힘든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위사업청의 다른 관계자는 “이미 3차례나 개발 시한을 연기했지만 국산 파워팩의 개발 성공은 오리무중”이라며 “자주국방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무기 국산화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화도 좋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독자적 무기 개발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아울러 K-2 전차의 전력화 일정을 고려할 때 내년 6월로 예정된 국산 파워팩의 개발 완료 시한을 더 연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국산 파워팩의 개발 완료 시한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넘겨 버리면 K-2 전차 2차 양산 물량의 2016년 실전 배치 계획도 어긋나게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투입된 막대한 개발비와 연구 노력을 감안해 개발 시한을 다시 연장하는 등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산 파워팩 개발 업체들도 방위사업청의 판정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T중공업은 파워팩의 결함이 엔진에서 발생했고, 자사의 변속기는 문제가 없다며 변속기만이라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내린 뒤 독일제 엔진에 자사의 변속기를 탑재하는 대안을 군에 요구중이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수용하기 힘든 방안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계속 엔진 개발 시한을 더 연장해 달라고 군에 요구중이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손영일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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