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걸 소년이 변호사로, 빈농 딸이 의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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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새마을운동]
한국컴패션 후원받은 우간다 아동들 사회지도자로 성장… 미래 주역으로

어머니는 소년이 12세 때 정신장애인인 아버지와 4명의 동생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났다. 가난한 아프리카 빈농의 가장이 돼버린 소년은 집집마다 다니며 구걸을 했다. 자신은 하루 한 끼로 버티는 대신 동생들을 먹였다.

그랬던 소년이 20년 후 우간다의 촉망받는 변호사로 성장했다. TV와 라디오에 출연하고 법률 관련 비정부기구(NGO)를 비롯해 각종 사회단체 활동도 벌이고 있다. 존 오칭 씨(32)의 성공 신화는 우간다 청년들에게 자주 회자된다.

13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기자와 만난 오칭 씨는 “내 삶을 변화시킨 원동력은 한국의 후원과 이를 통해 받게 된 리더십 교육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오칭 씨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인 한국컴패션의 후원을 받아 대학까지 마쳤다.

그의 꿈은 우간다 학생들의 법률 공부를 도와주고 더 많은 변호사를 키워내는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법적인 도움을 받지 못해 유일한 재산이었던 땅을 억울하게 빼앗긴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오칭 씨는 “받은 만큼 다시 남을 위해 쓰고 사회에 환원하도록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고향에서 벽돌을 나르며 주민센터를 짓는 일에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도 벌인다.

여성 국회의원인 마거릿 마코아 씨(34)는 한국컴패션의 또 다른 수혜자다. 그 역시 13명의 형제 중 10명이 말라리아 등으로 숨진 극빈 가정에서 태어났다. 남녀차별이 심한 시골 니마잉고 지역에서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구박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다. 12세 때부터 한국컴패션의 후원을 받아 대학을 졸업했고 2011년에는 우간다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마코아 씨는 “아무리 배움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있어도 후원자가 없으면 대학을 가기 어렵다”며 “한국 같은 나라와 협력한다면 더 많은 인재가 잠재력을 키울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김영목 이사장은 13일 주우간다 KOICA사무소에서 이들과 면담한 뒤 “한국이 이곳의 젊은 인재들을 더 키워내기 위해 어떤 지원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달라”며 “정치권과 법조계의 리더로 성장한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정은 기자 ligh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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