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키운 새마을 리더들, 우간다의 새 아침을 밝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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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새마을운동]<中> 빈곤탈출 인재육성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이 이뤄지는 우간다의 부산자 주민들이 새마을 로고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른 채 우물을 파고 주변 길을 정리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 새마을운동 관련 조직을 만들고 SMU(새마을운동의 약자)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주우간다 KOICA 사무소 제공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이 이뤄지는 우간다의 부산자 주민들이 새마을 로고가 그려진 앞치마를 두른 채 우물을 파고 주변 길을 정리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 새마을운동 관련 조직을 만들고 SMU(새마을운동의 약자)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주우간다 KOICA 사무소 제공
《14일 아프리카 중부 우간다의 캄피링기샤 지역.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넓은 초원 내 공터에서는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에 여러 동의 벽돌 건물들이 형체를 갖춰가고 있었다. 선명한 녹색과 노란색의 새마을기가 벽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곳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총 160만 달러를 투입해 짓고 있는 농업지도자연수원 건립 현장. 공사는 올해 12월 완공을 목표로 연초에 시작됐다.》

훈련센터와 연수원생들의 숙소, 실험 경작에 쓰이게 될 비닐하우스 등 모두 13개 건물과 시설을 짓는 데 최대 150여 명의 현지 인력이 투입돼 있다.

김영목 KOICA 이사장과의 면담을 위해 이곳에 와 있던 트레스 보차나얀디 우간다 농업부 장관은 “이 사업의 핵심은 인력 양성과 이를 위한 인력 교육, 그리고 지도자 훈련”이라며 “여기가 우간다 농업개발 성공 스토리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변화를 이끌 ‘글로벌 새마을 인재’를 키운다


KOICA는 저개발국 농촌 지역에서 리더들을 키우는 것이 새마을운동의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협업 시스템에 익숙지 않고 문자해독률(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도 60% 수준밖에 되지 않는 빈농의 주민들을 개발사업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현지의 지도자가 최대한 많이 양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KOICA의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에도 현지인들이 스스로 그 성과를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우간다의 유엔 인간개발지수(HDI) 순위는 전체 187개국 중 161위.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우수한 인력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KOICA는 주목한다. 이 나라는 아프리카에서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유일한 국가이고, 대학 수도 이웃나라인 케냐의 2배에 달한다. KOICA의 황재상 동아프리카팀장은 “우간다는 이런 밑바탕이 돼 있어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에 대한 기대감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간다를 포함해 글로벌 새마을운동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8개국의 200명에게 외국인 석사과정을 지원하고 차관급 이상 고위인사의 정책연수를 실시하는 등 관련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진행할 계획이다. ‘농촌여성 경제력 향상 과정’ 같은 분야별 연수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각 지역 지도자로 양성되는 현지인들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르완다 키가라마 마을의 이장인 엔제이마나 타르시스 씨(29)는 휴대전화를 2개 갖고 다니면서 주민들과 수시로 연락을 한다. 전화가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는 집으로 직접 찾아가 회의나 마을의 행사에 일일이 불러 모은다. 그는 KOICA가 지어준 이 마을 양계장의 관리도 맡고 있다. 타르시스 씨는 “새마을운동이 우리 생활을 분명히 바꾸고 있다는 보람 덕분에 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 한국 젊은이들에게도 열리는 새 기회

글로벌 새마을운동은 현지 지도자들을 키우는 것과 함께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해외 취업과 이를 통한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훈련된 고급 인력들을 더 많이 해외로 파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우간다에 온 박차미 씨(24)는 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하고 봉사단원 활동을 자원했다. 수도 캄팔라에서의 교육이 끝나는 대로 9월부터 농축산 농가들이 모여 있는 지방의 한 마을에 파견돼 지원활동을 벌이게 된다. 박 씨는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좋은 곳에 쓸 기회이자 앞으로 인생에서 도움이 될 새로운 경험들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중견 건설업체에서 34년을 근무하다 은퇴한 김준동 씨(59)는 최근 우간다에서 KOICA가 파견한 건축사업관리자(CM)로 농업지도자연수원 건립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우간다 정부 인사들을 만나 건설 관련 업무를 논의하는 일을 주로 맡는다.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짓다가 온 양주만 씨(66)는 우간다의 농촌 지원을 위해 6월 초 KOICA에 합류했다. 그는 “한평생 농사를 지은 나의 경험을 이곳 아프리카와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캄팔라(우간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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