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前대통령 입원으로 본 ‘전직’들 건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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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립샘암 수술뒤 12년째 투병
김영삼, 폐렴 집중치료 145일째 입원

노태우 전 대통령(81)이 26일 오후 갑작스러운 혈압 이상으로 7개월 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건강이 가장 좋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샘암 수술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1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도 와병 중이어서 생존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거동이 불편할 뿐 대화 등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1년 4월 가슴 통증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엑스선 진단 결과 길이 7cm의 한방용 침이 기관지를 관통한 것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천식과 기침, 고열 등으로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1월에도 기침과 가래 증상이 심해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혈액, 엑스선 등 검사를 받고 별다른 이상이 없어 퇴원했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27일 “당장 급박한 상태가 올 수 있을 정도로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전에도 천식 등으로 수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는데 당분간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86) 역시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 4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145일째 병실에서 지내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동안 고령에도 배드민턴과 산책을 즐기는 등 남다른 건강 체질을 보여 왔다. 부친인 김홍조 옹도 2008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할 때까지 남다른 건강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4월 가벼운 감기 증세로 입원한 이후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에서 한 달가량 폐렴 집중치료를 받고 지금은 일반병실에서 회복 중이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감기 증상을 보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지난해 7월엔 심장 질환 치료를 받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상태가 호전됐지만 김 전 대통령이 고령인데다 최근 폭염 등 환경 탓에 아직은 병원에 더 머무르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라 입원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강이 더 악화돼 입원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기수 비서실장도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계셨기 때문에 지금은 근력 운동을 조금씩 하면서 회복 과정을 밟고 있다”며 “연세가 많으니까 갑자기 좋아지기보다는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태가 다소 호전됐다고는 하지만 고령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상도동 측근들의 전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82)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워낙 건강 체질인데다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몸 상태는 양호하지만 측근들에 따르면 최근 검찰이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에 나서면서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도 가끔씩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기억력 감퇴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가끔씩 집중력이 떨어지고 예전 일을 잘 기억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병세가 있다거나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월에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72)은 타고난 건강 체질을 과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도 주 2회가량 지인들과 테니스를 친다. 퇴임 후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개인 사무실을 열고 측근들을 만나는 등 가끔씩 외부 활동도 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은 “지금도 함께 일했던 장관들과 가끔씩 만나 회고록을 논의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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