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들 사재기 의혹에 ‘구입자 정보 공개’ 칼 빼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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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유통심의위 입법화 검토

“법 핑계만 대면서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사재기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대책부터 세우고 곧장 실천해야 합니다.”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에서 만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심의위원회 윤철호 위원장(사회평론 대표)은 단호하게 말했다. 심의위원회는 최근 법무법인 화우에 ‘사재기 의혹 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이용에 관한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사재기를 막기 위해 입법화의 칼날까지 빼든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에 준법감시인을 두고 사재기 행위가 있는지 감시하고, 인터넷서점 이용자에게 사재기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약관을 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인터넷서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인터넷서점이 흔히 사재기를 통한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에 이용되고 오프라인 서점보다 증거를 잡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화우 측은 “관련 법률을 검토해보니 심의위원회가 인터넷서점에 개인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준법감시인 제도, 사재기 조사를 위해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하는 약관 추가는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요지의 답을 전달했다.

출판계에는 인터넷서점에서 일어나는 사재기 의혹과 관련해 온갖 설이 나돌고 있다. “사재기가 적발된 A출판사는 억울하다. 진짜 사재기로 책을 베스트셀러 1위로 올려 재미를 본 서점들은 모두 피해갔다” “인터넷서점이 말 안 듣는 출판사를 길들이기 위해 고의로 사재기 정보를 흘린다”는 루머들이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도 자신들이 사재기를 주도한다는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라며 “지금처럼 사재기 조사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쏙 뺀 채 판매량만 제공해선 사재기를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2일 열린 심의위원회에는 준법감시인, 정보제공 약관 신설 등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출판사나 출판영업사가 찬성표를 던져 과반수가 찬성했지만 인터넷서점들은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윤 위원장은 인터넷서점 경영진을 직접 만나 결의 내용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반대 의사를 밝힌 인터넷서점 관계자는 “사재기 근절이란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법률적 검토가 아직 미비하다. 약관 추가도 기존 회원의 소급 적용 문제가 있는 데다 가뜩이나 출판계가 불황인데 이용자에게 개인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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