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받은 美 여성시인 실비아 플라스 시전집 국내 첫 출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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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로 요절한 실비아 플라스 50주기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미국 여성 작가 실비아 플라스. 마음산책 제공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미국 여성 작가 실비아 플라스. 마음산책 제공
비극적 삶을 살다간 미국의 여성 작가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타계 50주기를 맞아 그의 시를 모두 모은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 한국어판(마음산책)이 출간됐다. 1980년대부터 대표 시 ‘거대한 조각상’ ‘아빠’ ‘나자로 부인’이 국내에 단편적으로 소개됐지만 전집은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됐다. 대학 입학 당시 이미 400여 편의 시를 썼을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보이며 천재 여성 작가로 불렸지만 31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의 삶은 국내 독자에게는 귀네스 팰트로 주연의 영화 ‘실비아’(2005년)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플라스가 1956년에서 1963년 사이에 쓴 시 224편과 1956년 이전에 쓴 습작 50편을 엮어 1981년 발간된 원본을 미국 여성시 전공자인 박주영 순천향대 교수가 번역했다. 플라스의 전남편인 영국 계관시인 테드 휴스가 엮어낸 이 전집은 작가 사후에 출판된 시집 중 유일하게 퓰리처상(1982년)을 받은 시집으로 남아있다.

이 시집에는 플라스 생전에 출판된 시집 ‘거대한 조각상’과 사후 출간된 시집 ‘에어리얼’ ‘호수를 건너며’ ‘겨울나무’에 수록됐던 시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는 남성적 폭력성에 분노하고 저항하는 여성주의 경향의 시인으로 분류되지만 서구의 여러 전통시 형식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시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적 재능이 넘치는 19세 여성이 자살강박증을 겪으며 내면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 플라스의 자전적 소설 ‘벨 자(The Bell Jar)’의 개정판도 함께 출간됐다. 플라스가 자살하기 직전 영국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작가에게 최고 여성 작가라는 영예를 안겨줬지만 정작 모국인 미국에서는 어머니의 반대로 1971년에야 출간됐다. 벨 자는 종 모양으로 빚은 유리 단지를 뜻하는 말이다. 냉전이 시작된 1950년대 미국사회에서 평생 숨 막히는 밀폐감에 사로잡혀 살았던 저자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압축적으로 나타낸다.

우울증 환자였음에도 미국 현대문단의 ‘엄친아’였던 플라스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옥스퍼드대를 다니다 영국 문단의 엄친아 테드 휴스를 만나 결혼했다. 이후 장밋빛 나날을 보내다 남편의 불륜으로 별거하던 중 두 아이를 남겨두고 가스를 틀어둔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했다.

한국어판 시 전집 출간으로 일부 아동용 동화를 제외한 플라스의 모든 문학작품이 번역됐다. 시 전집을 펴낸 도서출판 마음산책 관계자는 “11월경 미국에서 플라스의 드로잉 작품집이 출판될 예정”이라며 “이 책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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