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기고]풍요사회에선 ‘다름’이 경쟁력…나만의 분야 개척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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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맛 집’을 찾아다니는 시대다. 한 끼 식사를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니 ‘많음’이 아니라 ‘다름’이 경쟁력이 됐다.

비단 식당만이 아니다. 고용 시장에서도 남들과 달라 보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취직을 준비하는 기간은 늘어났고 점수를 요구하는 과목도 많아졌다. 취업준비생들은 청춘을 몽땅 바쳐가며 스펙을 쌓는다. 그렇다면 예전보다 취업준비생의 경쟁력이 높아졌을까. 쉽사리 동의할 수 없다. 스펙을 ‘많이’ 쌓기는 하지만 ‘달리’ 쌓고 있지 않아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니트족(NEET族·직업훈련을 받거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없이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단기간에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수 없어 더욱 안타깝다. 청년 실업은 경제 불황,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등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됐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볼 때 1970, 80년대 같은 대량 고용은 다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평생직장도 사라졌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업환경도 순식간에 바뀌기 때문이다. 유연하게, 빠르게 변화해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청년을 고용하기 위해 이러한 속도를 늦추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청년실업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해서 청년들이 자포자기할 수는 없다. 필자는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일에 대한 인식을 바꿔볼 것을 제안한다. 누군가에게 고용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용해보라고. 자신만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뜻이다.

전문성은 단지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스펙 쌓기와 구별된다. 차별화는 타인과 비교했을 때만 가능한 개념이다. 반면에 전문성은 나 자신과의 비교다. 어떤 분야에서 달인이 되는 것이다. 남들과 비교해 나를 차별화하려면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가 동반된다. 반면 스스로 전문성을 쌓는다는 것은 나를 단련하는 과정이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깊이 있는 전문성보다 표준화된 지식이 필요했다. 개인의 재능을 드러내기보다 조직이 요구하는 재능을 키워야 했다. 이제 세상은 달라졌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같은 전통적 직업을 가진 사람만 전문가가 아니다. 어떤 분야이든지 전문성을 갖췄다면 성공할 수 있는 시대다.

자신만의 분야를 개척하고 스스로 책임져라. ‘일’이란 누군가에게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는 것이란 인식을 하는 순간 취업을 준비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허드렛일도 본인을 위한 것이므로 감내하게 된다.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 학벌이나 시험 점수에 매달리기보다 본질을 추구하게 된다. 도서관을 벗어나 세상에서 온몸으로 배우고자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놓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일을 배울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하게 된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라면 당찬 도전을 해보기를 희망해 본다.

이재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부대표·청년드림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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