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세 노인 신체 가진 14세 소년…6남매 모두 ‘조로증’ 충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16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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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화면 캡처)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보도화면 캡처)
110세 노인과 같은 신체를 가진 14세 인도 소년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따르면 올해 14세인 알리 후사인 군은 일반인보다 신체가 8배 빨리 노화되는 희귀 질환 조로증(Progeria)으로 고통 받고 있다.

알리 군은 또래 아이보다 체구가 작고 피부에 주름이 많으며, 머리카락도 적어 노인처럼 보이는 외모를 갖고 있다.

전 세계에 환자가 약 80명뿐인 것으로 알려진 조로증은 심장 질환, 안구 질환, 관절염 등을 유발하는 유전 질환으로 저신장, 대머리, 골형성부전 등 노인과 유사한 변화가 특징으로 나타난다.

조로증 환자들은 출생 시에는 정상이었으나 유아기부터 발육지연현상이 나타나며 대개 10~20대에 사망한다.

실제로 알리 군의 형과 누나들 5명이 같은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알리 군의 부모 나비 후사인 칸 씨(50)와 라지아 씨(46)는 사촌지간으로, 32년 전 결혼해 지금까지 자녀 8명을 낳았지만 그 중 5명을 조로증으로 잃었다. 첫째부터 넷째는 모두 12~24세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다섯 번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숨을 거뒀다.

현재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알리 군을 제외하고 남은 두 딸 산지다(20)와 찬다 양(10)은 다행히 아무런 이상 없이 태어났다.

1983년 태어난 첫째 딸 레하나는 출생 당시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두 번째 생일이 지난 직후부터 먹지도 걷지도 못했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병명을 밝혀내지 못했다. 조로증이 워낙에 희귀한 병이기 때문에 그 지역 의사들이 잘 알지 못했던 것이다.

2년 후 아들 이크라물이 태어났고 같은 증상을 보였다. 역시 의사를 찾았지만 뭐가 잘 못됐는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나비 씨는 "'조로증'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의사들도 말해준 적이 없고요"라면서 "의사들이 만약 이 병이 유전질환이라는 걸 말해줬었다면 우린 임신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어요"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아이들의 증상에 마음을 졸이던 나비 씨 부부는 알리를 낳기 4년 전인 1995년 서벵골 주(州) 콜카타의 병원을 방문했고, 아이들이 조로증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런 치료 방법이 없다는 끔찍한 통보도 함께 받아야 했다.

나비 씨는 "병명을 알아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치료법이 없다는 말을 믿지 못했어요"고 말했다.

나비 씨에 따르면 조로증을 앓던 아이들은 생전에도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노인을 연상케 하는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고 따돌림을 받은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모두 학교가기를 그만뒀다. 알리 역시 같은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

알리 군은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우릴 괴롭히고 따돌렸습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어요. 폐가 너무 작아 숨을 편하게 쉴 수 없거든요"며 "밖에서 뛰어 놀고, 학교에 가고, 운동도 하고, 정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며 바람을 전했다.

현재 알리 군과 그의 부모는 콜카타의 한 자선단체로부터 의료비 후원을 받고 있다.

치료를 받더라도 오래 살기 힘들다는 걸 알지만, 알리 군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살고 싶어요. 내 병을 치료해줄 약이 있길 바랍니다. 죽음이 두렵진 않아요. 하지만 부모님이 너무 고통 받으셨어요. 부모님을 위해 더 오래 살고 싶습니다. 더 이상의 고통으로 부모님께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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