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김재훈의 척추 이야기]<9>무조건 참으면 신경장애 남을 수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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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파열

최근 병원을 찾은 김모 씨(65)는 한 달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통증은 오른쪽 엉덩이부위까지 내려왔다. 집 근처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간단한 약 처방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하지만 효과는 없었다.

김 씨는 2주 전부터는 사타구니 허벅지 종아리까지 전기가 오듯이 ‘찌릿찌릿’한 통증이 심했다. 119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4, 5번 요추 디스크 파열로 수핵이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그는 ‘디스크가 터졌다’는 말에 겁부터 냈다.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비수술법 시술로도 치료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는 당일 퇴원해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6개월 뒤 다리 MRI 촬영을 해보니 커다랗게 튀어나왔던 디스크 조각이 흔적만 보일 정도로 사라졌다.

디스크는 척추 뼈 사이에 있는 젤리처럼 말랑말랑하고 탄력이 있는 물질이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돌릴 때 충격을 완충시켜 준다. 척추 뼈에 영양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허리 디스크는 디스크 내부물질인 수핵이 튀어나온 정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약간 튀어나온 팽윤성 디스크, 좀 더 크게 나온 돌출성 디스크,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통로를 막아버린 터진 디스크(부골화 디스크) 등이다. 부골화 디스크는 가장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통증은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짓누르기 때문에 생긴다. 또 염증성 물질이 나와 신경을 붓게 만든다. 이럴 때는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신경을 더 붓게 만드는 악순환이 생기는 구획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는 의외로 쉬운 편이다. 거의 대부분 수술을 하지 않는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약을 복용해 염증을 가라앉힐 때도 있다. 통상적으로 일주일 안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1개월 이상 증상이 이어지면 비수술적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신경 차단술이나 신경 성형술이 대표적이다. 신경 성형술은 신경 차단술보다 진일보한 치료법이다. 신경을 누르는 부위까지 직접 카데터가 들어가서 막혀있는 신경부위의 유착을 풀어준다.

손상된 부위에 직접 치료제를 주입하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다. 시술시간은 5∼10분 정도에 불과하다. 시술 뒤 빠른 시간 안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전신마취를 할 필요가 없어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자나 수술이 부담스러운 노인에게 좋다. 물론 비수술법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통증이 심해도 무조건 참고 기다리는 환자가 있다. 하지만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신경의 섬유화가 진행돼 신경 장애가 남을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참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완치로 가는 지름길이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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