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대화가 두려운 난청환자, 정확한 보청기 처방받아 자신감 찾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성근이비인후과·서울청각클리닉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오른쪽 귀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김성근이비인후과·서울청각클리닉 원장(오른쪽)이 환자의 오른쪽 귀를 진료하고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62세이지만 개인사업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김 모씨는 언제부턴가 회의나 모임에서 사회자나 주인공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리지 않았다.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할 때 되묻는 횟수도 늘어났다. 특히 가톨릭신자인 김 씨는 성당에서 신부의 강론을 듣는 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보청기를 구입해 착용했지만 소리가 너무 크게 울려 왕왕거리는 현상을 겪었다. 여러 차례 구입한 곳을 찾아가 보청기를 조절해봤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김 씨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을 때 그나마 소리가 더 잘 들려 아예 보청기 없이 지냈다. 그러다 4개월 전 오른쪽 귀의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고 이명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왔다.

진료 과정에서 김 씨는 대부분의 노화성 난청 환자들처럼 청력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이 온 가족들은 TV를 시청할 때 볼륨을 너무 높여 불편할 정도라고 했다. 또 4개월 전 청력이 떨어진 뒤로는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기 얘기만 하고 상대방을 의심하는 성향까지 생겼다고 알려줬다.

김 씨와 상담해보니 대화하기 부담스러워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시끄러운 장소,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자리는 피하려는 속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청력검사 결과 전형적인 양쪽 노화성 난청에, 오른쪽은 돌발성난청이 겹친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 특성검사에서 말소리를 선명하게 듣지 못했고 특히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말의 인지능력이 심하게 떨어져 있었다. 소리 울림에 대한 예민도나 큰소리에 대한 적응력이 낮은 특성도 보였다.

급하게 오른쪽 귀의 돌발성난청을 약물로 치료했지만 이미 나빠진 청력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났던 4개월 전에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김 씨의 난청 특성에 맞는 보청기를 양쪽 귀에 처방했다. 김 씨는 소리가 잘 들리자 남의 말을 지나치게 집중해서 들을 때 오는 피로감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회복되면서 만족감도 컸다. 특히 돌발성난청으로 생긴 이명이 없어져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김 씨는 현재 정기적인 이비인후과 검진과 청력검사를 통해 노화성 난청 관리를 받고 있다.

보청기를 제대로 쓰려면 먼저 이비인후과 진단과 다양한 청력검사로 난청의 정도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에도 전문적인 검사를 거쳐 보청기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주기적인 청력검사로 난청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 불편한 소리가 나는데도 참고 쓰라고 강요하거나 개개인의 다양한 소리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전문적이고 일률적으로 보청기를 조절하는 일이 적지 않다. 또 이비인후과의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러면 보청기를 써도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김성근 김성근이비인후과·서울청각클리닉 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