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국내 고령자 시험관아기 성공률 높은 편… 쉽게 포기 말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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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여성병원 시험관아기센터

권황 분당차여성병원 시험관아기센터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고려하는 40세 이상 고령여성들에게 “쉽게 임신을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가 센터를 찾은 한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권황 분당차여성병원 시험관아기센터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을 고려하는 40세 이상 고령여성들에게 “쉽게 임신을 포기하지 말고 최대한 시도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권 교수가 센터를 찾은 한 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분당차여성병원 제공
“신랑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딸이나 아들 낳아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원모 씨(41·여)는 첫 아이를 임신한 8주차 임신부다. 요즘 늦깎이 엄마가 된다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우리 신랑은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는 캄보디아의 한 호텔에서 일하다 2년 전 남편(43)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해외에서 8년째 일하던 원 씨는 “오래 외국생활을 하면서 결혼 상대자를 늦게 찾았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처음엔 나이 때문에 아이를 가질 생각은 안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꼭 아이를 낳고 싶었다. 자연임신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궁금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별 이상은 없지만 나이 때문인지 난소의 기능이 젊은 사람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원 씨는 지난해 6월 귀국했다. 병원을 다녀서라도 꼭 임신에 성공하고 싶어서다. 친정이 있는 제주의 한 병원을 찾아 8월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해 10, 12월에도 또 시술을 받았지만 실패했다. 매번 ‘다음번엔 성공하겠지’라고 기대했지만 실패할 때마다 눈물을 흘려야 했다. 정신적 스트레스도 받았다.

얼마 뒤 후배의 소개로 분당차여성병원 시험관아기센터를 찾았다. 이 센터의 권황 교수로부터 진료를 받고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았다. 3월에 또 한 차례 실패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7월 다섯 번째 시도 만에 드디어 아이를 갖게 됐다. 그는 “임신에 성공해 남편이 정말 기뻐한다”며 “예쁘고 착한 아기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세 이상 여성, 시험관 시술 많이 찾아

권 교수는 40세 이상 여성들의 시험관아기 임신 성공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많은 고령여성이 분당차여성병원을 찾아 그에게 진료를 받는다.

나이가 들면 난소 기능이 퇴화되고 난자도 많이 안 나올 수 있다. 불임검사를 할 때는 남편의 정액도 검사하지만 아내의 난관이 막혔거나 난소기능이 떨어졌는지도 검사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자연임신이 안 되면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게 된다.

40세 이상 여성들이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한 번 시술을 받는다고 바로 임신이 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 때 40세 이상 여성이 임신에 성공하는 확률은 세계적으로 10%를 조금 웃돈다”며 “국내에서는 이보다 좀더 높은 20%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20, 30대를 포함한 전 연령대를 기준으로 하면 성공률이 더 높지만 고령여성들은 비교적 성공률이 낮다.

시험관아기 시술은 어떻게 진행될까. 우선 생리가 시작된 지 3일째 되는 날부터 9∼10일간 배란 유도제를 복용해야 한다. 이후 수면마취를 하고 관을 넣어 난자를 채취한다. 난자 주위에 정자를 풀어놓아 수정이 되게 할 수도 있고 난자에 정자를 직접 찔러 넣기도 한다.

수정이 돼 세포분열이 진행되면서 3일 정도 배양이 끝나면 플라스틱관을 통해 배아를 자궁에 넣는다. 배아가 자궁에 잘 착상돼 자라면 시험관아기 시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

많은 병원이 시험관아기 시술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난소 두어 개를 수정시킨 뒤 배아를 자궁에 넣는다. 권 교수에 따르면 그런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배아만 착상될 확률이 70%에 이른다. 수정란 두 개를 넣는다고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30% 정도 된다.

마음 편히 갖고 스트레스 피해야

어떻게 하면 시험관아기 시술이 성공적으로 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여성이 많다. 약을 써서 성공률을 높이려는 노력도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권 교수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특별한 해결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묘약은 없다는 것이다.

한때 DHEA라는 호르몬 보충제를 먹으면 임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먹어서 임신에 나쁠 것은 없지만 실험군과 연구군을 엄밀히 대조해봤을 때 통계적으로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려면 당연히 나쁜 생활습관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술과 담배를 끊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인터넷에는 각종 민간요법이 떠돌기도 하지만 특정한 음식을 먹는다고 임신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신적인 요소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심리적으로 예민해진 사람들은 임신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으로 압박을 받으며 치료를 받다가 아예 포기하고 마음 편히 놀러갔을 때 임신이 덜컥 되더라는 사례들도 있다.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권 교수는 40세 이상 여성들이 시험관아기 시술이 한 번에 성공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도를 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술에 8번 실패하고 9번째에 아이를 가진 부부도 본 적이 있다”며 “너무 일찍 임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성남=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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