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원세훈, 반대 세력엔 종북딱지… 신종 매카시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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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측 “北 선동 공세에 대응… 국정원 고유 업무”
元 前국정원장 첫 공판 ‘직무 범위’ 충돌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 측은 “검찰이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맞섰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인터넷 반정부 선전·선동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심리전단을 확대해 불법 정치 관여 및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며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여론 심리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 전 원장이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세력은 무조건 종북 좌파로 인식했다”며 지난해 2월 17일 부서장 회의 당시 원 전 원장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올해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는데 종북 좌파들은 어떻게든 정권을 찾아오려고 할 텐데 야당이 되지도 않는 소리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라고 말해 선거 관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 전 원장의 변호인은 “북한과 종북 좌파가 인터넷에서 사이버심리전을 펼치며 정부 정책에 반대 선동을 해 왔다”며 “이런 공세에 대응하는 건 국정원 심리전단의 고유 업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업무 특성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정보기관을 인·허가기관과 동일시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검찰의 주장은 국정원의 손발을 묶으려는 북한 종북 세력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검찰은 국정원이 스스로 공개한 원 전 원장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27일 부서장 회의 당시 원 전 원장 발언 중 ‘직원 업무 수행에 오해가 유발되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을 국정원이 공개하며 중립성을 지켰다고 주장했지만 전문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며 “원 전 원장은 이날 ‘야당 인사라도 정부정책을 지지하면 밀어 버릴 필요는 없다. 최인기 (전 민주당) 의원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도 잘 차단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심리전단 소속 국정원 여직원 김모 씨가 속한 팀원 20여 명이 커피숍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해 활동하고 매일 3, 4건씩 게시글을 올린 목록을 상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의 활동 내용으로 미뤄 볼 때 매달 1200∼1600건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일주일 단위로 활동 내용을 삭제해 해당 글을 전수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검찰#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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