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용, 비자금 숨기려 혼인신고 서둘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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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상아 통한 재산 은닉’ 의심, 전두환 사저 땅 일부 압류신청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부인 박상아 씨와 함께 미국에서 매입한 부동산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은닉됐을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25일 재용 씨의 장모와 처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재용 씨는 200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급 주택을 부인 박 씨 명의로 224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3억 원)에 구입한 뒤 같은 해 10월 장모 윤모 씨 이름을 딴 법인으로 넘겼다. 재용 씨 부부는 이에 앞서 2003년에도 미국 애틀랜타의 한 고급 주택을 36만1000달러(당시 환율로 약 4억 원)에 매입했다가 재용 씨가 2004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자 서둘러 팔기도 했다.

검찰은 재용 씨 부부가 주택 등 미국에서 자산을 매입하는 과정에 대한 자료를 미국 당국으로부터 넘겨받아 검토한 뒤 재용 씨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재용 씨는 부인 박 씨와 2003년 5월 미국 네바다 주 클라크카운티에서 혼인 신고를 했을 때 전처인 최모 씨와 이혼을 하지 않아 사실상 중혼(重婚) 상태였다. 네바다 주는 결혼 절차가 미국에서 가장 간소해 외국인이라도 여권과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간단한 신고 절차를 거쳐 결혼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재용 씨는 전처 최 씨와의 이혼이 늦어지자 같은 해 8월 미국에서 혼인무효소송을 거쳐 박 씨와의 혼인을 무효로 한 뒤 2007년 2월 최 씨와 이혼하고 같은 해 7월 국내에서 박 씨와 다시 결혼식을 올렸다.

검찰은 재용 씨가 박 씨와 미국에서 서둘러 혼인 신고를 한 것 역시 박 씨를 통해 비자금을 은닉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미국에서 부부가 되면 재산이 공동소유가 되기 때문에 박 씨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회사를 설립하는 게 자유로워진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재용 씨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었던 만큼 박 씨와 서둘러 결혼해 재산을 은닉하는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 내 정원 땅 450m²에 대해 압류를 신청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땅은 원래 장남 재국 씨가 1982년 매입했지만 1996년 전 전 대통령의 무기명채권을 명동 사채시장에서 현금화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던 전 비서관 이택수 씨가 1999년 6월 소유권을 넘겨받아 보유해왔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ryu@donga.com
#박상아#검찰#전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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