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뒷줄 타악기부대, 무대중앙 ‘진격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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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악연주 듀오 김은혜-한문경
피아노와 어울린 독특한 무대…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공연

젊은 퍼커셔니스트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모아티에의 한문경(왼쪽)과 김은혜. 악기를 칠 때 쓰는 색색의 ‘말렛’을 들었다. 한문경의 어머니가 둘의 사주를 봤더니 ‘전생에 무척 사랑했는데 이뤄지지 못한 견우와 직녀’라고 했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젊은 퍼커셔니스트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모아티에의 한문경(왼쪽)과 김은혜. 악기를 칠 때 쓰는 색색의 ‘말렛’을 들었다. 한문경의 어머니가 둘의 사주를 봤더니 ‘전생에 무척 사랑했는데 이뤄지지 못한 견우와 직녀’라고 했단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오케스트라 맨 뒷줄에 자리 잡은 악기를 무대 중앙으로 끌고 나온 아가씨들이 있다. 마림바, 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탐탐, 실로폰, 팀파니, 탬버린…. 다종다양한 악기를 치고 두드리는 이 아가씨들은 타악 듀오 모아티에의 김은혜(31) 한문경(28).

김은혜는 청주의 유치원에서 마림바를 접했다. 악기 교육에 열성적이었던 이 유치원에서 그는 스파르타식으로 마림바를 배웠다. 서울예고 2학년을 마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했다. 그는 한예종의 ‘타악 영재’ 1호다.

한문경의 어머니는 친척 결혼식에서 마림바 앙상블 연주를 보고 반한 뒤 유치원생 외동딸을 어린이 마림바 앙상블에 보냈다. 건반 높이보다 키가 작았던 꼬마는 “조그만 아이가 큰 악기를 잘 다루네”라는 칭찬이 좋았다. 오전 7시에 눈을 뜨면 발판에 올라가서 ‘라’음에서 10분간 팔이 빠질 듯 트레몰로(같은 음을 빠르게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 연습을 한 뒤에야 세수를 하러 갔다.

이들은 각각 고1, 중1 때 일본 마림바 콩쿠르에 함께 참가하면서 자매 같은 사이가 됐다. 청주가 고향인 김은혜가 콩쿠르를 앞두고 한 달 반 동안 한문경의 서울 집에서 지내면서 같이 연습했다. 둘 다 아버지가 공대 출신이고, 오빠가 한 명 있다. 미국 줄리아드음악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한문경은 귀국하면 집 대신 김은혜의 연습실에서 먹고 잔다.

“내 연주가 이과적이라면 은혜 언니는 문과적이에요. 같은 곡을 서로 너무나 다르게 연주해요. 어릴 때부터 ‘저 언니 나랑 다르게 치는 데도 음악이 좋네’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세 살 차이지만 경쟁심이 전혀 없었죠.”(한문경)

“프랑스 파리국립음악원 유학 시절에 ‘한국에서 현대음악 하면 관객이 없을 걸’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귀국하면 레슨하고 오케스트라 활동하면서 독주회를 간혹 하려나 했는데 문경이가 함께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있네요.”(김은혜)

이들은 2010년 ‘모아티에’를 결성했다. 모아티에는 프랑스어로 ‘절반’을 뜻하는 무아티에(moiti´e)에 우리말 ‘모아’라는 뜻을 더해 만들었다. 한 신발회사에서 신발 한 켤레 팔릴 때마다 다른 한 켤레를 기부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연주 수입의 절반을 기부한다는 취지로 지었단다.

모아티에는 3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피아니스트 김태형,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와 ‘두 명의 퍼쿠셔니스트와 피아니스트가 만나다’ 공연을 펼친다. 바르토크의 피아노 두 대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 라벨의 피아노 두 대와 타악기를 위한 라 발스(박정규 편곡), 박정규의 피아노와 두 명의 타악기 주자를 위한 악흥의 순간을 연주한다. 2만∼3만 원. 1544-5142

“우리 둘이 연주 스타일은 다르지만 아이디어가 재밌는 곡을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꾸몄어요. 바르토크는 좋고 재밌는데 피아노 파트가 워낙 어려워서 한국에서 드물게 연주되는 곡이에요.”(김)

“‘라 발스’는 타악기 연주자가 5명은 나와야 하는 곡인데, 우리 둘이서 바쁘게 칠 거예요. 현대음악에는 캔, 유리병, 나무 조각을 두드리라고 악보에 써 있기도 해요. 팥빙수용 팥 통조림 캔부터 이것저것 모아서 두드려 보고 고르지요. 의외의 소리로 재미를 주는 것이 타악기랍니다.”(한)

두 사람의 타악 예찬은 끝이 없다. 타악기 연주자는 오른손과 왼손이 균형을 이뤄야 하기 때문에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달리 결리거나 쑤시는 데가 없단다. 정확한 지점을 두드리는 일을 하다 보니 못질만큼은 자신 있다. 박자를 맞춰야 하는 ‘369’ 같은 게임을 할 때 져 본적이 없다…. 한참 얘기하던 둘이 까르르 웃으며 마주보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김은혜#한문경#타악 듀오#모아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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