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동정민]열 손가락 중 하나부터… 박대통령, 꽉 깨물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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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정치부 기자
동정민 정치부 기자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조기교육의 힘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6개월을 “상당히 선방했다”고 평가하며 그 원동력을 대통령의 청와대 경험에서 찾았다. 이 인사는 “과거 대통령들은 청와대를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익숙해질 때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박 대통령은 국민이 어떤 대통령 리더십을 선호하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념 법안이나 4대강 사업같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갈등 현안을 만들지 않았다. 그 대신 원칙 있는 대북 정책과 해외 순방을 통해 안정감, 신뢰, 품격의 이미지를 쌓았다. 과거 정권에서 초반에 어김없이 나왔던 실세들의 권력 다툼이나 ‘완장’ 논란이 거의 없는 것도 조기교육의 힘이다. 권력의 생리를 체득했기 때문에 적절한 역할 분담으로 사전에 그런 논란을 차단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통령의 이미지만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언제까지 대통령의 이미지나 리더십만으로 국정 동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내 삶이 나아지는 것을 국민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하반기 들어 각종 회의에서 부처와 참모들에게 이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기교육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 집권했다. 박 대통령의 집권 기간은 5년이다. 아버지 시절보다 국가 규모가 커졌고 변화 속도도 빨라졌다. 아버지 시절의 성취를 의식하면 그만큼 대통령의 조바심이 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발표한 국정과제는 140개다. 그와 별도로 지역 공약도 100개가 넘는다. 그 과제 하나하나가 보통 해결하기 어려운 게 아니다. 해결하기 쉽다면 공약으로 내걸지도 않았을 거다.

열 손가락 중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대통령에겐 140개 국정과제 모두가 국민과의 소중한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 과제와 공약을 한꺼번에 다 실천하려고 조바심을 낼수록 실제 집행 과정에선 병목현상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전월세 대책을 주택정책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한 것처럼 분야별로 구체적인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달 내년 예산안 발표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예산안에 박 대통령이 내건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반영해야 한다. 첫 예산안에 이것저것 조금씩 찔끔찔끔 담는다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급하고 비중 높은 곳에 예산을 ‘선택하고 집중’해 배정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급사했기 때문에 레임덕이 없었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박 대통령은 레임덕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는 집권 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과제를 몇 가지 선택해야 한다. 속도감 있게 가는 것 못지않게 5년 마라톤의 페이스 완급 조절도 중요하다.

동정민 정치부 기자 ditto@donga.com
#박근혜 대통령#경험#이미지#국정과제#예산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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