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대장경, 강화에서 안 팠다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남 합천 해인사, 경남 양산 통도사, 전남 순천 송광사를 3보(三寶) 사찰이라 부른다. 이 중 해인사는 부처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불(佛) 법(法) 승(僧) 3보 중 법보 사찰이라고 한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몽고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에 천도하고 있던 무신 정권이 강화도 선원사에 도감(都監)을 설치하고 만든 것이라고 교과서에 나온다. 그러나 대장도감은 인천 강화도가 아니라 경남 남해에 있었다는 증거가 새로 제시됐다.

▷기존 강화 제작설은 ‘조선 태조가 강화 선원사에서 옮겨온 대장경을 보러 용산강에 행차했다’는 태조실록의 기록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선원사는 1245년에 창건됐고 이때는 대장경 판각이 90% 이상 완료된 시점이라 강화 제작설은 의심을 받았다. 이후 강화 선원사에 대장도감을, 남해에 분사(分司) 대장도감을 설치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불교서지학자인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2010년 “대장도감 판본과 분사 대장도감 판본을 조사해 본 결과 두 곳은 동일한 장소였고 그것이 남해였다”고 주장했고 본보는 이를 최초로 기사화했다.

▷박 원장은 27일 남해군에서 열리는 한 세미나에서 판본 전체를 일일이 조사한 종합 결과를 제시한다. 대장경 각 권의 끝에는 간행 기록이 나와 있다. 간행 기록에 분사 대장도감이라고 된 것은 모두 500권이다. 이 중 473권의 목판이 ‘대장도감’이라고 된 네 글자를 파내고 새로 ‘분사 대장도감’이란 여섯 글자를 다시 새겨 끼워 넣었다. 대장도감과 분사 대장도감은 같은 장소였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선원사는 대장경이 남해에서 제작된 뒤 강화성 서문 밖 판당에 옮겼다가 조선 초 해인사로 다시 옮길 때 거쳤던 경유지일 가능성이 높다.

▷팔만대장경은 경주, 서울 종묘와 함께 1995년 우리 문화유산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다. 동양에서 만들어진 20여 종의 대장경 가운데 으뜸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귀중한 유산에 대해 역사학계가 그동안 기초적인 사실 조사마저도 너무 안이하게 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해인사#팔만대장경#강화도#경남 남해#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