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잡은 ‘카디프 반란’ 그 뒤엔 김보경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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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7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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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스포츠동아DB
김보경. 스포츠동아DB
동점골 승리 발판…‘포스트 박지성’ 진가

김보경(24·카디프시티)이 ‘포스트 박지성’의 진가를 발휘했다.

카디프시티는 26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에서 3-2 역전승을 거뒀다. 1962년 이후 51년 만에 올린 1부 리그 승리. 카디프시티는 1961∼1962시즌 후 1부 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리그) 우승으로 승격됐다. 이날 김보경은 팀이 0-1로 뒤진 후반 14분 동점골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감한 돌파와 멋진 크로스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스카이스포츠, 웨일스 온라인 등 현지 언론들도 “멋진 드라마의 시발점은 김보경”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박지성의 진짜 후계자 인증

빅 리그 첫 경험은 쓰라렸다. 시즌 개막전은 17일 웨스트햄 원정이었다. 기대 이하였다. 전반 10분 오른발 슛이 김보경의 유일한 족적. 후반 29분 교체 아웃됐고 팀은 0-2로 졌다.

김보경은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지인들과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질 때 지더라도 열정과 자신감을 보여주자”였다. 챔피언십에서처럼 적극성과 과감함이 필요했다.

한 주 만에 180도 바뀌었다. 우승 후보 맨시티와 마주선 김보경은 필드를 종횡무진 누볐다. 후반 14분 투레, 클리시 등 내로라하는 상대 수비수를 벗겨낸 뒤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했다. 공은 프레이저 캠벨의 슛으로 연결됐고, 맨시티 골키퍼 조 하트가 막은 것을 군나르손이 골로 연결했다.

이 장면은 박지성(아인트호벤)을 떠올리게 했다. 쉼 없이 뛰고, 강팀에 강했다. 김보경의 배번 13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박지성의 등번호. 카디프시티에 왔을 때 동료들은 13번을 꺼렸지만 김보경은 주저 없이 택했다. 앞서 박지성도 태극마크를 반납하며 후계자로 김보경을 꼽아 의미는 더욱 컸다.

평소 김보경이 롤 모델로 삼는 맨시티 특급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스페인)와 대결도 큰 소득이었다. 이날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 김보경은 오른쪽 측면까지 커버하면서 맨시티의 왼쪽 날개 실바와 여러 차례 접전을 벌였는데, 결코 뒤지지 않았다. 카디프시티 말키 맥케이 감독은 “김보경은 다재다능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했으면 한다. 올 시즌을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김보경의 전진은 지금부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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