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예에 살고 죽는다는 육사의 날개 없는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육군사관학교 4학년 생도가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6세 여중생과 성매매를 하고, 사건 은폐를 위해 여중생의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생도는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군 검찰은 이 생도를 구속 수사 중이다.

올해 육군사관학교에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탈행위가 세 번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 5월 여성생도에 대한 성폭행 사건, 이달 중순 태국 봉사활동 중 무단이탈과 음주·마사지 사건에 이어 이번 성매매 사건까지 터진 것이다. 호국간성(護國干城)의 요람이라는 사관학교에서 이런 수치가 반복되다니 참담하다. 학생 몇 명의 우발적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관학교의 기강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 꼬리를 물겠는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과 군인에 대해 우리는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군인은 명예에 살고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린다. 특히 장교는 품격을 지녀야 한다. 현대 전쟁의 승패는 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 리더십의 기초는 생도 시절의 교육과 훈련으로 다져진다. 육사 교훈인 ‘지(智) 인(仁) 용(勇)’을 고루 갖춘 지휘관이라야 군을 바르게 지휘할 수 있다. 그러나 장차 장교가 될 생도들이 이 지경이라면 앞으로 이들에게 군 지휘권을 맡겨도 될지, 이들을 믿고 단잠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명예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혹독한 훈련과 시련에 자신을 내던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몸에 배게 된다.

육사는 올해 5월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대책으로 준비해온 ‘생도 인성교육 강화 방안’을 오늘 발표한다고 한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 모양이 이상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인성교육을 강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육사는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그것만이 육사 내부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다.

세 사건의 처리방식에는 매우 우려스러운 공통점이 있다. 감추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육군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사건을 인정했으며, 그 이후에도 진상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군사 보안의 대상이 아니다. 군 최고지휘부의 이 같은 태도는 군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군의 대응 매뉴얼을 새 시대에 맞춰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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