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홍수용]취득세 농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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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경제부 기자
홍수용 경제부 기자
“지금의 취득세 인하 논란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생긴 일입니다. 이 세율은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영구 인하했어야 합니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행정자치부가 세율을 일정 기간만 인하하는 ‘일몰’ 규정을 은근슬쩍 집어넣는 바람에 현재의 사달이 벌어진 거예요. 일몰 기간을 연장할 때마다 예산당국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수단으로 삼았던 거죠.”

이달 초 정부 부처들이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 인하 방안을 놓고 대립하고 있을 때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가 이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얘기’를 들려줬다. 그의 말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2005년까지는 집을 사고팔 때 시가표준을 과표(세금부과 기준)로 삼았다. 시가표준은 집 면적, 구조, 준공연도 등에 따라 산정한 금액으로 실거래가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 거래 가격이 1억 원이어도 4000만 원에 산 것으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주택을 매입한 사람은 과표 4000만 원에 당시 세율 4%를 적용해 160만 원을 취득세로 내면 됐다.

2006년부터 실거래가 제도가 도입돼 1억 원짜리 집을 사면 과표는 고스란히 1억 원이 됐다. 취득세율 4%를 그대로 두면 세금이 400만 원으로 종전(160만 원)의 2.5배 수준으로 뛰게 된다. 당시 정부는 이처럼 취득세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취득세율을 2%대로 낮추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취득세 인하에 일몰기간을 두는 ‘꿍꿍이’가 있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내부고발이다. 이 관계자는 “행자부나 정치권이 예산당국과 협상을 하기 위한 일종의 ‘카드’를 제도 안에 숨겨둔 셈”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실거래가 제도 도입 당시 행자부 장관을 지낸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실거래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취득세에 일몰규정을 둔 게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맞는 말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만 구체적인 당시 상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2006년 얘기를 꺼내는 것은 현재 정부 부처들이 취득세율 영구 인하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다. 정부는 지방세인 취득세 인하를 결정하기에 앞서 ‘지방 세수 보전방안’뿐 아니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방세 감소에 대해서만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을 뿐 주택 거래에 대한 영향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는 듯하다. 취득세 인하 기준을 6억 원, 9억 원, 12억 원 중 어떤 것으로 할지 고민하던 정부가 6억 원으로 거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럴 경우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에 가격이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주택 거래는 혜택을 받지 못하므로 주택 거래 정상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이런 점을 얼마나 고민해 봤는지 의문이다.

2006년 이후 수차례 일몰기간을 연장한 취득세는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번 취득세 영구 인하 조치는 비정상적인 세제를 원상 복구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홍수용 경제부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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