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언더… ‘하늘’은 높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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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 김영주女오픈 국내 최소타… 최종일 9언더 몰아치며 시즌 첫 승

“6m 버디가 들어갔어요” 김하늘이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6m 버디 퍼트가 컵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하늘은 “2타 차 선두여서 파만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기적같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6m 버디가 들어갔어요” 김하늘이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6m 버디 퍼트가 컵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하늘은 “2타 차 선두여서 파만 하자고 마음먹었는데 기적같이 성공했다”고 말했다. KLPGA 제공
김하늘(25·KT)은 4라운드를 마친 뒤 흐느꼈다. 경기 후 스코어 카드를 쳐다보기도 싫었던 지난 몇 달이 몇 년처럼 느껴졌으리라. 그의 표현대로 ‘제일 힘든 시기’를 기어이 뚫고 나온 그의 가슴은 요동쳤다. 승리를 확정 지은 김하늘은 동료들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고 활짝 웃었다. 온몸이 흠뻑 젖은 그에게 눈물의 흔적은 어느새 찾을 수 없었다.

25일 경기 양평TPC골프클럽(파72·6425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MBN김영주여자오픈. 늘 그렇듯 마지막 라운드에 자신의 이름과 같은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나온 김하늘은 화끈한 역전 우승으로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보기 없이 버디 9개로만 생애 베스트 스코어인 9언더파 63타를 몰아쳤다. 4타 차 공동 4위로 출발한 김하늘은 역대 KLPGA투어 72홀 최소타 기록인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하며 시즌 처음으로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종전 기록은 이보미가 2010 KB국민은행 스타 투어에서 세운 19언더파 269타.

지난해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고 평균 타수도 1위였던 김하늘은 올 들어 드라이버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는 ‘푸시’에 시달렸다. 티박스에 서면 불안해 어디로 티샷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난주까지 페어웨이 안착률은 57.51%로 101위에 불과했다. 상반기 3차례 예선 탈락에 2차례 기권까지 하는 수모를 안았다. 경기 후 눈물을 쏟으며 골프를 관둘 생각까지 했다. 3년 연속 상금왕은커녕 상금 랭킹은 50위 언저리까지 추락했다. 용품 스폰서인 일본 혼마는 김하늘을 위해 드라이버 10자루를 보내주기도 했다.

하반기 대회를 앞두고 김하늘은 집에 있던 드라이버 6개를 모두 들고 테스트해 본 끝에 중량 50g에 샤프트 플렉스 SR이던 드라이버를 지난해 쓰던 55g에 S 스펙으로 바꿨다. 하반기 첫 대회였던 지난주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공동 11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드라이버는 한층 안정돼 페어웨이 안착률이 78.57%까지 높아졌다. 드라이버 난조에 허덕이다 보니 평소 아이언과 퍼팅에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이날은 퍼터를 25번밖에 쓰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러시앤캐시 채리티오픈 이후 10개월 만에 통산 8승째를 거둔 김하늘은 상금 1억 원을 받으며 상금 랭킹 16위까지 점프했다. 김하늘은 “믿을 수 없는 스코어다. 마지막 홀 버디가 들어가니 눈물이 나왔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그동안 팬들에게 OB만 보여드려 죄송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신인상을 노리는 김효주도 종전 72홀 최소타 기록을 갈아 치우며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했으나 김하늘의 기세에 막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날 선두였던 김세영은 퍼팅 수가 35개까지 치솟으며 단독 5위(17언더파 271타)로 마쳤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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