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망원인 1위는 심혈관질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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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등 비감염성 질환 65% 차지… 영양부족 - 결핵보다 비중 높아
어릴때부터 군복무… 담배 일찍 배워
냉장보관 어려워 짜게 먹는 탓도

북한의 가장 큰 사망원인은 영양부족이나 결핵이 아닌 ‘비감염성 질환’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감염성 질환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암 만성호흡기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망원인의 60%를 차지한다. 북한도 이런 추세에서 예외가 아닌 셈이다.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는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제3회 통일의학포럼’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한다고 25일 밝혔다. 포럼은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안홍준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다.

이날 ‘북한 비감염성 질환의 부담과 대북지원방향’을 발표하는 고려대 보건학 협동과정의 이요한 전문의(예방의학)는 “북한을 전형적인 저소득 후진국형 질병구조를 가진 나라로 봐선 안 된다”며 “비감염성 질환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북한 사망원인에서 심혈관질환이 33%로 가장 높았다. 감염성 질환과 모자보건·영양은 29%, 암은 13%로 뒤를 이었다. 사망원인 중 비감염성 질환은 모두 65.1%나 차지했다.

북한에서 비감염성 질환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960∼1991년 사망원인 중 뇌혈관질환은 4%에서 25%로, 심장질환은 7%에서 18%로 부쩍 늘었다. 박상민 서울대 의대 통일의학센터 교수는 “북한은 어릴 때부터 군복무를 시작하고 이때 일찍 흡연을 시작해 담배의 악영향에 많이 노출된다”고 비감염성 질환의 증가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만성질환은 꾸준히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인식도 낮은 데다 진료를 받을 만한 의료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북한의 가임기 여성은 2000년 53.1%에서 2008년 52.5%로 줄었고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90년 4.7%에서 2011년 9.7%로 늘었다. 경제난으로 영유아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생긴 변화다. 박 교수는 “고령인구가 많다는 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으로 인한 질병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북한에 전기가 부족해 냉장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추정한다. 전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을 보관하려면 짜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염분 섭취량이 늘어나고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 전문의에 따르면 북한도 비감염성 질환 문제를 인식하고 금연사업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관 곳곳에 금연 스티커를 붙여놓고 공공장소와 대중교통 등을 금연장소로 지정해 위반자를 처벌하는 식이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실제로는 금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금연사업도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현재 국제기구의 지원은 감염성 질환이나 모자보건에 집중돼 있고 비감염성 질환 지원은 비교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북한#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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