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좋은 기업]탄력근무·커리어 관리·해외체험… 직원이 행복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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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의 인재중시경영 노력

인적자원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인식 아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역량을 키우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그룹 입사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의 모습. 삼성그룹 제공
인적자원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 같은 인식 아래 우수한 인재들을 선발해 역량을 키우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그룹 입사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의 모습. 삼성그룹 제공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인 구글은 2010년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하고 보너스도 지급했다. 상당수의 직원이 페이스북으로 옮겨가자 이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었다.

당시 페이스북은 구글의 방문자 수를 추월하는 등 유망하고,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도전과 성취에 목마른 실리콘밸리의 젊은 인재들에게 이보다 어필한 것은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페이스북의 조직문화였다. 조직이 커지면서 점차 관료주의가 자리 잡은 구글과는 달랐다.

한국의 상황도 바뀌고 있다. 젊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안정된 직장보다 도전이 가능한 일터를 찾는 이들이 점차 많아진 것이다. 벤처회사에는 글로벌 컨설팅회사나 대기업을 관두고 찾아온 인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생각하는 인재상도 달라지고 있다. 질서에 순응하고 인내심이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보다는 도전적, 창의적인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이 최근 국내 기업 CEO 4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8.0%가 도전정신과 추진력이 강한 인재를 가장 채용하고 싶은 인재 유형으로 꼽았다. 이어 소통 및 조직관리 능력이 있는 인재(19.5%),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춘 창의적 인재(19.5%)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끈기 있고 인내심이 많은 인재를 원한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박규원 전경련 국제경영원 사무국장은 “국내외 경제 환경이 어렵다보니 CEO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성취 의지 등 기업가정신을 갖춘 인재를 더욱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렵게 원하는 인재를 영입해도 이들이 직장생활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회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직장인의 행복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행복지수는 55점으로 보통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또 직장인들은 행복할수록 조직에 애정과 소속감을 느끼는 정도가 높았고 3년 이내에 회사를 그만두려는 이직 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직장인의 행복을 ‘직장생활의 만족도가 높고, 긍정적인 정서를 갖고 있으며 직장생활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상태’로 정의했다. 연구소는 직장인들이 행복을 느끼려면 업무에 자신감을 갖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할 수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역량강화 제도로 직원 만족도를 높여라”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이 회사 생활에서 만족감을 얻고 업무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해외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이 제도는 국제 감각을 지닌 세계 경영자를 양성하기 위해 개설됐다. 이렇다 할 업무를 맡지 않고 1년 동안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견문을 넓히는 제도로, 현재까지 4000여 명의 전문가를 배출했다.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전자는 2009년 자율 출근제도와 2011년 재택·원격근무제를 도입했다. 자율 출근제는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것이며 재택·원격근무제는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돕는 제도다.

SK이노베이션은 임직원의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한 ‘초과근무 제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야근을 막기 위해 매일 오후 6시면 방송과 함께 퇴근을 독려하며 7시 이후에는 건물의 냉난방을 중단한다. 대신 예외적으로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할 때에는 사전 신고를 통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SK㈜, SK텔레콤, SK플래닛 등 SK그룹 계열사들은 업무 특성에 맞춰 출근 및 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탄력근무제도 시행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사내 경영학석사(MBA) 제도를 운영 중이다. 평소 ‘사람이 인재다’라는 가치를 강조해 온 박용만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인재 육성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인재 확보는 기업의 미래”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한창이다.

현대자동차는 채용 희망자의 인성을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하는 이색 채용 프로그램인 ‘THE H’를 도입했다. 현대차 직원들이 인재를 직접 찾아가 입사 지원을 권유하고 4개월 동안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사원을 최종 선발한다. 기아자동차는 하반기(7∼12월) 공채에 지원서 작성부터 합격까지 입사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여행으로 표현한 ‘커리어 투어’를 도입했다. 대졸 공채와 인턴 채용의 경우 서류전형에서 일정 비율을 학력이나 어학점수 등과 무관하게 자기소개서만으로 선발한다.

LG그룹의 ‘글로벌 챌린저’는 국내 최초이자 최장수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으로 해외 경험과 취업 기회를 동시에 주는 인재 선발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90여 명의 글로벌 챌린저 출신들이 입사해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에서 일하고 있다.

포스코는 학력과 출신학교 등 ‘스펙’을 고려하지 않는 스펙초월 전형을 도입했다. 이 전형은 지원서에 학점, 학교, 어학능력점수 등의 항목을 배제하고 지원자의 창의력과 잠재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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