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 “보시라이도 뇌물수수 알아” 부부간 법정공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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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세기의 재판’ 이틀째 속개
동영상 증언 통해 보시라이 진술 반박, 보시라이 “그녀 항상 거짓말… 미쳤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시 서기의 재판 이틀째인 23일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구속)가 동영상 증언을 통해 남편이 집안의 돈거래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보 전 서기는 “제정신이 아닌 여자”라고 반발하는 등 희대의 정치 스캔들이 부부간 법정 공방으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산둥(山東) 성 지난(濟南) 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속개된 심리에서 보 전 서기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10일 촬영한 구카이라이의 동영상을 제출했다. 구카이라이의 모습이 공개되기는 지난해 8월 9일 영국인 닐 헤이우드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은 뒤 처음이다.

구카이라이는 죄수복이 아닌 검은색 줄무늬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건강한 모습이었으며 목소리도 안정돼 있었다. 그는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 쉬밍(徐明) 회장이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비행기 표와 자동차 등을 사줬으며 보 전 서기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보 전 서기가 22일 쉬 회장과 가족 간의 돈거래를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 것과 다르다.

구카이라이는 서면진술에서는 “보시라이에게 프랑스 니스 별장을 찍은 슬라이드를 애플 컴퓨터로 보여줬다”며 “아들에게 이 별장을 물려주려 했고 보시라이도 이 생각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왕리쥔(王立軍·구속) 전 충칭 시 공안국장도 서면 진술을 통해 구카이라이와 이 빌라의 차명 소유자 간의 분쟁을 보 전 서기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카이라이가 2000년 대지 3950m²의 별장을 살 때 쉬 회장이 구입 대금 231만 유로(약 34억4000만 원)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보 전 서기는 “부동산과 관련한 내용은 나와 무관하다”며 “나와 상관있는 것은 오직 슬라이드를 봤다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구카이라이의 증언을 도대체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며 “그는 미쳤다. 항상 거짓말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닐 헤이우드를 죽일 때 형가(荊軻)가 진시황을 암살하려 할 때처럼 사나웠다. 이것으로 그의 정신이 정상이 아님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내가 구카이라이가 법정에 나와 직접 진술할 것을 두 차례나 강력히 요구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판사는 “구카이라이가 법정 출두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6시께 휴정을 선포하고 24일 심리를 속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공금 횡령과 직권 남용 혐의는 손도 대지 못한 만큼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심리가 끝나면 법원은 며칠 뒤 선고 공판을 하게 된다. 구카이라이는 심리에서 선고까지 11일 걸렸다. 보 전 서기가 불복해 상소하면 고급인민법원 재판은 일반적으로 수개월 이상 걸리며 사형 등 중형이 확정되면 다시 최고인민법원에서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보시라이#구카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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