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감사원장 사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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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치감사 논란에… 靑 수리할듯

양건 감사원장(사진)이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양 원장은 비서실장을 통해 청와대에 사의를 전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곧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인사로 현 정부 들어 교체 논란이 있어왔으나 감사원의 독립성과 임기 보장 차원에서 유임됐다. 양 원장의 임기는 1년 7개월이 남은 상태다. 이런 양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올해 1월과 지난달 발표된 4대강 사업 감사 결과가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1월 4대강 1차 감사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에서 180도 달라진 결과를 두 차례 감사에서 내놓았다.
▼ 靑“양건 원장의 단독플레이”… 경질설 부인 ▼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면서 당초 보 4개를 설치하려던 계획에서 16개 보로 늘려 약 4조 원의 예산을 더 썼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의 표명에 앞서 양 원장은 지난달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발표 직후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태도를 바꾼 ‘코드 감사’를 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도 사퇴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양 원장이 ‘4대강 감사를 법과 원칙, 소신에 따라 했는데 정치권이 곡해한다’며 사퇴하려던 것을 만류했다”면서 “양 원장은 자신을 임명한 이명박 정부의 최대 핵심사업을 총체적 부실로 지적한 것에 대한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껴 사퇴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또 4대강 사업 감사 이외에도 양 원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감사를 정권의 입맛에 맞춘다는 주장이 정치권 안팎에서 이어지자 감사원의 존재이유가 퇴색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실태에 대해 모두 보고한다. 4대강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를 상황에서 양 원장이 직을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껴 정기국회 전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의 심각한 문제와 별도로 감사원이 현 정권의 사인을 받고 태도를 바꾼 것처럼 비치자 부담을 느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경질설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양 원장의 단독 플레이다. 청와대는 그의 거취를 거론한 적이 없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 유임을 시킨 뒤 번복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양 원장 사의표명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양 원장이 정권에 코드를 맞췄지만 감사원이 정권에 따라 다른 감사 결과를 내놓은 것처럼 비치면서 현 정부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결국 양 원장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가 됐다. 본인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에 보고할 감사원의 보고안에는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4대강 공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환경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내용이 밝혀지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이날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고위 관계자들조차 양 원장의 사의 표명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이날 오후까지도 업무보고를 받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한 뒤 퇴근했다. 쇼킹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 원장은 이날 오후 만난 한 관계자에게는 “열심히 하라”며 격려까지 하는 등 사의표명에 대한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수 출신인 양 원장은 사표가 수리된 뒤 교단으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임 감사원장으로는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의 이름이 나온다.

윤완준·동정민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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