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개서 5개로 늘어난 ‘록페’의 뒤끝… 관객 부풀리기-과열경쟁 유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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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요감안 2∼3개가 적당”

지난달 26일 시작된 수도권 대형 록 페스티벌의 주말 릴레이가 18일 끝났다. 지난해 3개였던 대형 축제가 올해 5개로 늘면서 경쟁이 과열됐고 부작용이 드러났다.

우선 관객 수 부풀리기가 예년보다 심해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개별 축제 참가 인원은 3만∼8만8000명이고, 5개 축제에 연인원 32만9000명이 다녀갔다. 행사 지역 관할 경찰서의 추산과 비교하면 20∼200% 많은 수치다.

주최사들은 정확한 티켓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페스티벌들의 입장권 판매를 대행한 티켓파크 관계자도 “판매 대행 계약상 의뢰사(페스티벌 주최사) 측 매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같은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은 입장객 수를 마지막 한 자릿수 단위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면서 “국내에서 뻥튀기가 심한 이유는 페스티벌의 자립성이 없기 때문이다. 행사와 연계된 다른 수익 사업을 위해 부풀리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션의 해외 페스티벌 진출을 돕는 조수광 DFSB 콜렉티브 대표는 “국내 페스티벌 주최사 가운데 비상장 기업이 많은 점도 법적, 도덕적 책임감을 쉽게 저버리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부풀리기가 터무니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페스티벌은 객석 제한이 없고 관객이 계속 움직이므로 인원 수 부풀리기가 쉽고 그런 유혹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페스티벌에 대한 흑색선전도 크게 늘었다. 페스티벌 시즌이 임박하자 “A페스티벌은 티켓이 몇백 장밖에 안 팔렸다”거나 “B주관사는 먹튀다”란 귓속말부터 주최사 핵심 관계자의 과거 전력까지 들춰내 헐뜯는 목소리가 컸다. 지산월드와 안산밸리 록페스티벌은 저작권 문제로 법적 분쟁도 겪었다.

전문가들은 시장 수요에 비해 축제가 너무 많다며 2, 3개가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단순 경쟁에만 힘쓸 뿐 개성 있는 축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은 “서울 도심에서 열린 축제 두 개는 너무 늦게 끝나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과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접근성을 내세운 ‘도심형 페스티벌’이란 말이 무색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 경인방송 PD는 “한 페스티벌은 10만 원이 훌쩍 넘는 입장권이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1만 원 수준에 대량 거래됐다고 들었다.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투명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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