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中기업 투자해 제주에 설립 예정 ‘싼얼병원’ 승인 잠정 보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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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업이 투자해 제주도에 만들려던 국내 1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의 설립이 잠정 보류됐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제주도가 승인을 요청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충분하게 검토하기 위해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은 자산규모 18조 원의 중국 톈진화업그룹이 3월부터 제주도 서귀포에 추진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따라 복지부의 승인과 제주도지사의 허가로 투자개방형 병원을 세울 수 있는 지역이다.

톈진화업그룹의 한국법인인 차이나스템셀(CSC)은 제주를 찾는 중국인 부유층을 타깃으로 하는 병원을 505억 원을 들여서 세울 방침이었다. 규모는 9839㎡ 부지에 지상 4층, 지하 2층. 48병상을 갖춰 성형외과,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를 운영할 계획이었다.

이번에 승인이 나면 의사 8명 간호사 21명을 채용하고 내년 말이나 2015년 초에 개원하려고 했으나 승인이 보류돼 개설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복지부는 싼얼병원의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관리·감독이 어렵다는 점을 승인 보류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톈진화업그룹은 중국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노화방지센터를 운영하는 중이다.

국내 의료법상 자신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곧바로 주입하는 일은 가능하다. 하지만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치료나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까다로운 임상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 감독으로는 불법 줄기세포 시술을 막기 어렵다"고 밝혔다.

응급의료 대응 체계 미흡도 지적됐다. 싼얼병원은 제주 한라병원과의 진료협력을 통해 응급상황에 대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한라병원이 진료협력 양해각서(MOU)를 파기해 차질이 생겼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일반 병원보다 느슨하게 운영될 우려가 많은 투자개방형 병원은 더 견고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전문가 자문회의, 의견수려을 거쳐 실효적 보완책을 마련하도록 조처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싼얼병원에 대한 승인보류 결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CSC는 논란이 되는 줄기세포 시술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정부에 전했는데 이를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는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인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병원은 현지의 여러 가지 규제와 관료의 변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승인 보류 과정은 그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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