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가파른 코너에서 진가 발휘하는 핸들링… 운전이 즐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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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에서 열린 BMW ‘4시리즈’ 글로벌 시승행사
스포츠쿠페 4시리즈 ‘435i 쿠페’… 6기통 엔진에 자동변속 성능 훌륭

지난달 25일 포르투갈 중서부 휴양지 카스카이스. 차를 몰고 수채화 같은 풍광이 펼쳐진 도로 위를 달렸다. 길은 때로는 가파르게 굽이진 산 속으로, 때로는 해변을 타고 쭉 뻗은 직선으로 이어졌다. 변변한 가드레일 하나 없는 굽이진 길을 달릴 때는 운전대를 쥔 손에서 절로 땀이 배어나왔다. 직선 코스로 접어들어 가속페달에 마음껏 힘을 줄 때는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끊임없이 속으로 생각했다. 운전이 얼마나 즐거운 행위인지를.

기자는 지난달 독일 BMW가 포르투갈에서 연 스포츠쿠페 ‘4시리즈’ 글로벌 시승행사에 참석해 국내 일간지 중 처음으로 이 차를 테스트하는 기회를 가졌다. 4시리즈는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신차의 미래 개발방향을 엿볼 수 있는 쇼카) 형태로 공개된 후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 차 외관을 BMW 소속 한국인 디자이너인 강원규 씨가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내에서의 관심이 유독 도드라졌다.

4시리즈는 BMW가 기존 준중형급인 ‘3시리즈’의 쿠페(문짝이 2개인 날렵한 외관의 스포츠형 자동차) 모델을 대체하면서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개발한 모델이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The Ultimate Driving Machine)’을 회사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BMW는 이 차를 내놓으며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차라고 자신했다. 카스카이스의 도심과 변두리 지역 200여 km를 달리며 4시리즈의 매력을 살펴봤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3L급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435i 쿠페’.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나오는 동급 모델 중에서는 흔치 않은 6기통 엔진이다. 최근 다운사이징(차체 배기량과 크기를 줄이는 효율화 작업)의 여파로 기존 6기통 엔진은 점차 4기통으로 대체되고 있다. BMW의 6기통 엔진은 이전부터 ‘실키 식스’(비단결처럼 매끈한 회전 질감을 내는 6기통 엔진)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빼어난 성능으로 정평이 나 있다. 435i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였다.

차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변속 순간을 느끼기 힘들 만큼 자연스레 기어 단수가 상승하며 거뜬히 고속주행에 접어들 때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306마력의 최고출력은 숫자만 놓고 볼 때 엄청난 고성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끈한 가속능력이 제원상 수치를 무색하게 했다. 가속페달에 조금씩 힘을 실을 때마다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는 소음이라기보다 포효에 가까웠다.

핸들링 성능은 지금까지 경험한 수십 종의 BMW 모델 중에서도 단연 손에 꼽을 만했다. 가파른 코너를 날카롭게 파헤치는 차의 움직임은 운전자의 의도에 충실했다. 탄탄한 하체 성능을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짜릿함은 안정성을 수반하고 있었다.

이러한 핸들링 성능은 치밀한 설계의 결과다. 4시리즈는 차의 무게중심을 현재 판매되는 BMW 모델 중 가장 낮은 높이(지면으로부터 50cm)에 두었다. 앞뒤 무게배분도 정확히 50:50으로 나눴다. 이는 4시리즈를 ‘가장 스포티한 차로 만들겠다’는 개발진의 의도에 따른 것이다.

성능·연비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어떻게 보면 역동성과 주행성능을 한껏 강조한 4시리즈는 시대를 역행하는 모델로도 받아들여진다. 신차 선택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연비가 중시되는 게 최근 자동차시장 동향이기 때문이다.

435i는 대형 엔진인 6기통 엔진을 채택하면서도 연비는 L당 13.8km(유럽 기준)로 비교적 좋은 편이다. 최적의 기어비를 도출해낸 8단 자동변속기의 빈틈없는 변속 세팅과 제동에너지 회생시스템, 정차 시 자동으로 엔진을 꺼 주는 오토 스타트&스톱 등 다양한 기능을 적용한 덕분이다. 연비를 높이더라도 성능과는 타협하지 않는 개발진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팔코 래돔스키 BMW 중·소형차개발총괄 부사장은 “4시리즈는 친환경차 시대에 부응하면서도 궁극의 성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향후 BMW의 미래를 보여주는 선도적인 모델”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0월 중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미국 기준 5만4900달러(약 6130만 원).

카스카이스=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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