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아우의 반란’… 萬手 유재학도 속수무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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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현 27득점… 모비스 꺾어
SK 누른 상무와 22일 결승전

마치 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의 열기가 되살아난 듯했다. 당시 연세대 서장훈과 고려대 현주엽은 실업팀에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 모비스의 프로-아마추어 농구 최강전 4강전. 이날 고려대 1학년 센터 이종현(19)은 마치 서장훈과 현주엽을 합친 것 같았다. 206cm의 큰 키에 스피드까지 겸비한 이종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평일 오후임에도 경기장을 찾은 5179명의 팬들은 “와”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이종현은 2쿼터 중반 박재현의 고공패스를 받아 폭발적인 앨리우프 덩크슛까지 꽂았다. 전반에만 무려 13개의 리바운드를 낚아냈다.

프로 선배들을 상대로 27득점, 21리바운드를 올려 보기 드문 ‘20-20’의 진기록을 세운 이종현. 그를 앞세운 고려대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모비스를 73-72로 꺾으며 돌풍을 이어갔다.

전반이 끝났을 때 고려대는 리바운드에서 모비스에 26-11로 배 이상 앞섰다. 고려대 스타팅 라인업의 평균 신장은 194.8cm로 모비스(191.2cm)를 압도했다. 아마추어 기아에서 센터로 뛴 이준호 씨(198cm)의 아들인 이종현은 대표팀에서 선배 김주성의 노련함을 익힌 데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중동과 중국의 강호들과 맞서며 일취월장해 차세대 한국 농구의 간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상대 밀착 수비를 당해 오른쪽 팔에 ‘석 삼(三)’ 자 모양의 상처까지 생긴 그는 “프로 경기 현장에서 팬들이 형들 이름을 연호하는 걸 보면 소름이 돋고 부러웠다. 오늘은 내 이름이 자주 들려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종현 수비에 나섰던 함지훈(18득점)은 3쿼터 중반 일찌감치 4반칙으로 발목이 잡혔다. 이날 리바운드 수는 고려대가 50개, 모비스가 28개였다. 고려대 이승현(197cm)도 9득점, 12리바운드로 승리를 거들었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의 아들인 고려대 이동엽은 8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만수(萬手)’로 불리는 유재학 감독이 이끈 모비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유 감독은 이날 역시 김재훈 코치에게 경기 운영을 맡기다 4쿼터 들어 직접 작전을 지시하며 명승부를 이끌어냈다. 변칙적인 1-3-1 지역방어와 턴오버가 1개밖에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조직력을 보인 모비스는 경기 막판 동점을 반복했다. 하지만 고려대는 이종현이 1점 차로 쫓긴 경기 종료 1분 22초 전 공격 제한 시간에 몰려 던진 미들슛까지 적중시켜 승리를 지켰다. 대표팀에서 이종현을 지도한 유재학 감독은 “국제무대에서 통하려면 일대일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는 SK를 75-61로 누른 지난해 우승팀 상무와 22일 오후 2시 결승에서 맞붙는다. 상무 윤호영은 40분을 풀로 뛰며 20득점, 11리바운드를 올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아마추어 농구 최강전#고려대#모비스#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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