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셀프 제조’ 씨앗의 유혹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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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상가 지하에서 재배된 대마. 일반인이 섭취를 목적으로 대마 씨앗을 가지고 있을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동아일보 DB
주택가 상가 지하에서 재배된 대마. 일반인이 섭취를 목적으로 대마 씨앗을 가지고 있을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동아일보 DB
대마 씨앗을 아파트 베란다나 마당 등에 심어 키우거나 대마 껍질을 사서 피우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20일에는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동네공원에서 대마초를 재배해 이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6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본보 21일자 A12면 [휴지통]동네공원 무궁화동산에 대마초가 활짝 피었네?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대마 씨앗과 껍질 등은 일부 재래시장이나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해 당국의 마약류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방 약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대마 씨앗이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노인과 젊은이들에게 특효약인 것처럼 소개돼 있다. 사이트에서는 “경동시장이나 성남 모란시장 등에서 삼씨(대마 씨앗)를 구입해 오리와 함께 푹 고아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21일 서울 영등포시장에 있는 한 약재상을 찾은 기자가 “관절에 좋다고 해서 (대마 씨앗을) 구하러 왔다”고 말하자 약재상 주인은 한참을 망설이다 가게 안쪽에서 밀봉된 대마 씨앗 봉지 하나를 꺼냈다. 주인은 “너무 많이 먹으면 환각이 심하게 온다”고 주의를 줬다. 가격은 600g에 1만2000원이었다. 서울 경동시장에서는 껍질째 빻은 대마 씨 가루를,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껍질을 벗긴 대마 씨 가루를 2만∼2만5000원대(600g)에 팔고 있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빻은 가루에는 환각 물질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대마 씨앗의 껍질에는 환각 물질이 있어 껍질을 벗기지 않은 대마 씨앗을 일반인들이 거래하면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또 “껍질을 벗겨낸 대마 씨앗의 거래에 적용할 처벌 규정은 아직 없지만 껍질을 다 벗겨내도 환각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먹고 나서 환각 물질이 체내에서 검출되면 처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대마를 직접 재배할 목적으로 불법 해외 사이트에서 대마 씨앗 구매를 시도하기도 한다. 대마는 다른 식물보다 생장 속도가 빠르고 키우기도 쉽다. 국립생물자원관 식물자원과 박찬호 연구관은 “대마는 성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어느 정도 온도 조건이 맞고 산소만 있다면 다른 일반적인 식물 생장 속도의 1.5∼2배”라고 밝혔다. 대마 씨앗이 자라 잎이 나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기까지는 3∼4개월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아프가니스탄산, 미얀마산 대마 씨앗이라는 설명과 성장한 식물의 잎사귀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국제항공우편을 통해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대마를 재배할 경우에는 반드시 시장,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올 때는 세관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공항 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항공우편물이 하루 10만 건에 달한다. 총포류 등은 적발이 쉽지만 대마 씨와 같은 씨앗류는 상대적으로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한덕 부장은 “일부에서는 대마의 중독성이 약해서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대마는 다른 마약에 손을 대는 관문 역할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처벌 규정이 강력해 대마의 불법 재배 및 소지 등이 많이 차단된 편이지만 비교적 처벌 수위가 낮고 단속도 덜한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대마 씨앗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연상·서동일·김성모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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