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세요, 상속은 자녀의 장래를 망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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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경제誌 ‘비즈니스인사이더’ 재산 기부하는 사람들 소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 세계적 거부(巨富)들이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보다 기부하기를 원한다고 미국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21일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단순히 재산의 사회 환원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도 많은 돈을 물려주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이런 자세는 온갖 편법과 탈세를 통해 최대한 자신의 재산을 2세에게 물려주려는 한국의 일부 재벌 오너들과 크게 대비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올해 추산한 세계 4위 거부이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은 이미 2006년 자신이 보유한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버핏은 그 이유에 대해 “자식들에게 그들이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느낄 만큼의 재산을 물려주고 싶지,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고 느낄 만큼 많은 재산을 주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535억 달러(약 59조8130억 원)의 재산을 지닌 버핏은 재산의 상당부분을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빈곤 퇴치 전문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헌납했다.

게이츠 역시 “세 자녀에게 재산의 극히 일부분만 물려줄 계획”이라며 “그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이츠와 버핏은 2010년부터 재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 운동을 벌이며 부호들의 기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래리 엘리슨 오러클 창업자, 조지 루커스 할리우드 감독 등 유명 억만장자 92명이 동참했다.

역시 기빙 플레지 운동에 참여한 미국 석유업계 거물 T 분 피컨스도 “나는 물려받은 재산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호주 최고의 여성 갑부이자 광산재벌인 지나 라인하트 역시 “내 자식을 포함한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을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식 판단력 직업윤리 등을 갖추지 못했다”며 “재산 상속보다 그들의 생활방식과 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대에 헤지펀드를 창업해 33세인 2007년 15억 달러(약 1조6770억 원)의 재산을 모은 존 아널드와 부인 로라 아널드 또한 3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아널드 재단을 설립해 창조적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일에 쓰기로 했다. 로라는 “물려받은 재산은 좋지 않다는 것을 여러 경험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배우 청룽(成龍)도 “내 아들이 능력이 없으면 내 돈을 다 낭비할 것”이라며 “그가 능력이 있다면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들에게 검소한 생활을 강조하는 부자도 있다. 세계적인 면세점 체인 듀티 프리 쇼퍼스(DFS)의 공동 창업자인 척 피니는 여전히 항공기의 이코노미클래스 좌석을 이용하고 15달러짜리 플라스틱 시계를 차며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검소한 부자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자녀에게 아르바이트를 시키고 친구들과 전화할 때도 선불 전화를 사용하게 하는 등 근검절약을 강조하고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기부#상속#비즈니스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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