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호]제약강국 성공열쇠 ‘글로벌 협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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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
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
제약산업이 2009년 처음 3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선정된 이래 지금 제약산업계에서는 변화와 기대가 공존하는 열기가 느껴진다.

당시만 해도 인프라와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 제약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면 된다’라는 긍정성 덕분에 정부 정책들은 구체화되고 기업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확대됐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미래를 논하는 자리도 늘었다. 최근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발표가 반가운 이유다. 글로벌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방향은 정해졌고, 이제 이 뼈대에 ‘How(방법)’란 살을 붙이는 일이 관건이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연구개발의 인프라와 인력 등 제약산업 성장을 위한 ‘구슬’은 충분히 갖춰졌으나 이 낱알을 이어줄 좋은 ‘실’이 마땅치 않았었는데, 5개년 계획에서 첫 과제로 제시된 오픈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연계개발(C&D·Connect & Development)이 구슬을 잇는 ‘실’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다양한 관련자들이 함께 협업하는 개방형 연구개발(R&D)로,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메가트렌드다. 2000년대 초반 경영 부진에 시달리던 P&G가 일본 중소기업의 감자칩으로 ‘프링글스’를 키워내고, 주방용 랩 ‘글래드’를 경쟁업체와 공동개발한 일은 적극적인 C&D로 위기를 타개하고 산업을 리드한 대표 사례이다. 우리 제약업계 또한 국내외 다양한 분야를 연결하고, 세계 곳곳에 축적된 노하우와 인프라가 효율적으로 교류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신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 새로운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다.

국내에는 아직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신약 개발의 전 주기를 경험해 본 기업이 없다. 신약 불모지에서 14년간 20개의 신약을 개발했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이다. 글로벌 시각에서 시장성을 예측하고, 질환별 시장개척 전략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젠 단지 개발 성공이 목표가 아니라 시장 수요가 반영된 신약을 최소한의 시행착오로 개발해 산업 전체의 생산성 제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R&D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시간과 투자규모를 줄이는 것이 필수다. 또한, 신약 개발이 매출로 이어지고, 그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약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적절한 신약가치 평가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효과보다 100배 이상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잘 엮어낸다면, ‘보물’ 탄생은 충분히 가능하다. 혁신 신약의 탄생을 현실화시키는 것이 이제 우리 업계의 몫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글로벌 협업의 흐름에 맞춰 다양한 시도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가치 인정과 산업 발전의 균형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세계를 무대로 한 정부와 업계의 협업으로 대한민국표 신약을 만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장
#제약산업#글로벌 협업#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오픈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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