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트호벤 복귀전 68분 뛰고 ‘맨 오브 더 매치’ 선정 “판타스틱 박지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22일 07시 00분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스포츠동아DB
1. 코쿠 감독 예상 깬 선발 기용 ‘신의 한수’
2. 교체 때 팬들 기립박수 ‘박지성 송’ 합창
3. 강팀 AC밀란 상대로 8년 만에 종횡무진

이보다 화려한 복귀는 없다. PSV아인트호벤 박지성(32)이 8년 만에 네덜란드 무대를 다시 밟았다. 박지성은 21일(한국시간) 필립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C밀란(이탈리아)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PO) 1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68분을 뛰며 1-1 무승부에 기여했다.

● 깜짝 카드

박지성 선발은 의외였다. 최근 허벅지에 가벼운 부상을 당해 교체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아인트호벤 코쿠 감독은 AC밀란 같은 강팀을 상대로 노련한 박지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AC밀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허를 찔렸다.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박지성은 기대에 부응했다. 오른쪽 윙으로 시작해 중앙과 수비지역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축구전문매체 골닷컴은 최우수선수로 박지성을 꼽았고, 코쿠 감독 역시 “박지성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잘 안다. 빼어난 기술을 갖췄고 팀에 안식처 같은 역할을 한다”고 칭찬했다.

● 홈 팬의 열렬한 환호

박지성이 후반 23분 요제프준과 교체될 때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와 함께 ‘박지성 송’을 불렀다. 사실 아인트호벤 팬들은 극성맞다. 박지성이 2003년 입단해 초반 부진하자 홈 팬들은 맥주 캔을 집어던지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쳤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을 원정에만 투입할 정도였다. 그 때 야유 받는 아들의 모습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아버지 박성종 씨는 이번 임대가 추진될 때 “꼭 그곳으로 가야하느냐”고 말렸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곧 재기해 진가를 발휘했고, 홈 팬들의 야유를 함성으로 바꿔 놨다. 그리고 8년만의 복귀전에서 또 한 번 영웅 대접을 받았다.

● 추억의 AC밀란

AC밀란은 박지성에게 추억이 많은 팀이다. 아인트호벤 소속이던 2004∼2005시즌 AC밀란과 챔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벼락같은 왼발 슛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경기 직후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옮겼는데, AC밀란전 활약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맨유에서도 AC밀란을 만나면 펄펄 날았다. 2009∼2010시즌 챔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AC밀란의 플레이메이커 피를로를 꽁꽁 묶었다. 유럽 언론들은 “박지성이 피를로를 지웠다”며 극찬했다. 16강 2차전에서는 골까지 터뜨려 팀을 8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챔스리그 PO에서 박지성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아인트호벤은 박지성을 ‘구단 100년 역사의 위대한 선수’로 꼽았다. 31일 창단 100년을 맞아 기획한 ‘100년 레전드 시리즈’의 일환이다. 박지성에 앞서 마르크 판 봄멜, 필립 코쿠 감독, 박지성의 맨유 시절 동료 뤼트 판 니스텔루이 등이 선정됐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