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이병규 “아직 30경기 남아…천천히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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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2일 07시 00분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 ‘18년만의 1위’ 맛 본 LG베테랑 4총사

박용택 “지난날은 과정…결실 기다려”
이진영 “감독님 믿고 가면 분명 좋은 일”
최고참 류택현은 “이 맛 느끼려고 야구”


LG 김기태 감독은 20일 목동 넥센전이 끝난 뒤 휴대전화의 전원을 켰다. 동시에 문자 메시지 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21일 아침까지 계속됐다. 지인들이 전날 보낸 메시지가 밀리고 밀리다 겨우 도착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21일 목동 넥센전에 앞서 “미국에 있는 가족도 경기 끝나는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 메신저로 축하해 주더라. 현지 시간으로 아침인데 일찍 일어나서 본 것 같다”며 웃었다. LG가 ‘18년 만의 8월 1위’에 올랐던 날의 기분 좋은 후폭풍. 그러나 김 감독은 이내 “순위는 언제 다시 뒤집힐지 모른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우리 길을 가겠다”고 했다. 감독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모아 “128경기가 다 끝나고 정말 좋은 일이 있을 때 기뻐하겠다”며 환희를 뒤로 미뤘다. “더 행복한 날을 위해 말을 아끼겠다”고 했다. 마음껏 환호해도 좋을 순간에 오히려 침착해진 LG 선수들. 어쩌면 올해의 LG가 ‘잘 나가는’ 진짜 비결일 터다.

● 주장 이병규 “128경기가 끝나면 기뻐하겠다”

20일 경기를 끝낸 LG 선수단은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TV로 삼성의 패배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환호도 박수도 없었다. 다들 담담했다. LG에 입단한 1997년 신인왕에 올랐던 주장 이병규는 가장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여전히 30경기를 더 해야 한다. 40일이 더 남았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라며 “순위는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다. 우리가 늘 1등을 하던 팀이 아니라서 천천히 가고 싶다”고 했다.

● 박용택과 이진영 “감독님을 믿고 따라간다”

‘미스터 LG’ 박용택도 같은 뜻이었다. 아픈 무릎에 테이프를 여러 겹 칭칭 감으며 출전을 준비하던 그는 “김기태 감독님이 우리를 잘 이끌어 주셨다. 지난해는 우리에게 과정일 뿐이었다”고 했다. 올해 거둬들일 ‘결실’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다.

늘 활기찬 ‘국민 우익수’ 이진영 역시 “아직 무엇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진지하게 손사래를 쳤다. 다만 “감독님을 믿고 의지하고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확고한 믿음을 표현했다. 두 번의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LG와 맺고 잠실을 ‘두 번째 고향’으로 삼은 이진영이다. 거듭 “좋아하기에는 이르다”며 마음을 다스렸다.

● 최고참 류택현 “이런 맛 느끼려고 야구 오래 한 듯”

물론 2002년 LG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함께한 최고참 류택현(42)에게는 더운 여름에 뜨거운 선두 싸움을 펼치는 올 시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역전패로 끝난 18일 군산 KIA전을 떠올리며 “그때 우리가 (1위를 의식해) 삼성 경기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단지 한 경기 졌을 뿐인데 다들 너무 실망이 컸다”며 “그 후 다른 경기는 신경 쓰지 말고 우리의 ‘오늘 경기’를 이기자는 다짐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는 곧바로 승리로 이어졌다. 그는 그간의 어려운 시기를 ‘가난의 대물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2003년 이후 입단한 선수들은 정말 우리의 가난을 대물림하면서 죽도록 고생만 했다. 그 사슬을 올해 끊고 함께 덕아웃에 있는 게 참 기분 좋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은퇴했다 다시 돌아온 게 참 잘 한 것 같다. 야구를 오래 하니 이런 맛도 보는가 보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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