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흥국 금융위기 불안, 잘 넘기면 한국엔 약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브라질 터키 등 ‘경제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와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인도 루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도 4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인도 등 일부 아시아 신흥국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와 비슷한 악성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발(發) 불안 요인 때문에 한국의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신흥국 금융위기 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 위해 시장에 풀었던 막대한 달러를 회수하는 ‘양적 완화 축소’ 때문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신흥국 외환시장이나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빠져나가면서 해당 국가의 금융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경상수지와 재정 적자가 크고 외환보유액이 적은 나라일수록 심각하다.

한국은 다른 신흥국들과 비교할 때 여건이 좋은 편이다. 경상수지 흑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33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총외채 중 단기 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3대 위기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과의 경제적 연계도 그리 높지 않다.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과장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경제는 과거 자주 경험했듯이 대외변수에 유난히 취약하다. 아시아 신흥국 금융 불안이 더 커진다면 외국인투자가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한 자금도 대거 빼내 갈 수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과 일본까지 본격적으로 돈을 거둬들인다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1997년 태국 밧화 가치 폭락 사태로 촉발된 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한국으로 번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뼈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자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금융회사들에 단기 외화 차입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상황별 대응 계획도 마련한다고 한다. 사태가 악화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외환보유액을 더 늘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제 혁파를 통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고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경제 주체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철저히 대비한다면 한국 경제의 위상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
#경제 신흥국#금융위기#경상수지#외환보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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