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벤처기업만 신경 쓰는 미래부 아쉬워… 독자기술 지닌 선도벤처 해외진출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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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식 국산솔루션CEO모임 회장

국내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거장인 이화식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 CEO 모임’ 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어렵사리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도 무형재산에 대한 인식 부족, 자금 압박, 마케팅력 부족 등으로 커보지도 못하고 고사하기를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엔코아 제공
국내 데이터베이스 기술의 거장인 이화식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 CEO 모임’ 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어렵사리 독자 기술을 개발하고도 무형재산에 대한 인식 부족, 자금 압박, 마케팅력 부족 등으로 커보지도 못하고 고사하기를 반복해 왔다”고 말했다. 엔코아 제공
“우리도 예전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시절을 겪어 봐서 잘 압니다. 정부가 물과 비료를 주면 스타트업들이 금세 자라나 아마존과 같은 밀림을 이룰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국내 벤처 선배들이 지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국산 소프트웨어 솔루션 CEO 모임’(국솔모)의 이화식 회장(54)은 21일 인터뷰에서 청년 창업에 초점을 맞춘 미래창조과학부의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 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제조업 위주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위주로 체질을 바꾸려면 스타트업에만 주목할 게 아니라 오랜 기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궈 온 기존 벤처기업도 관심을 갖고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솔모’는 독자 기술을 갖고 있는 국내 50여 개의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가 모여 2004년 만든 단체다. 알티베이스, 지란지교소프트, 와이즈넛, 한국공간정보통신, 제니퍼소프트, 나모인터랙티브 등 소프트웨어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회원사들이 협력하는 사례도 늘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데이터베이스(DB) 전문가인 이 회장은 1996년 DB컨설팅업체 엔코아를 세워 국내 DB기술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그는 국솔모 회원사 대부분이 10년째 직원 수 100∼2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국산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DB업체인 미국 오러클의 인력은 1만 명이 넘는다.

이 회장은 “과거 벤처 붐을 타고 큰돈을 번 회원사도 적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우리 현실에서는 모래성 쌓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기술 투자에 나선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부동산 투자에 나선 기업이 더 높은 대접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로 이 회장은 가능성 있는 벤처를 인수해줄 선배 기업이 없다는 것, 무형의 자산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부와 금융권의 낮은 인식, 그리고 외국 기술 제품에 대한 막연한 선호 문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스타트업에 대한 에인절 투자를 장려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독자 기술을 지닌 선도 벤처기업의 소프트웨어 제품을 공공 부문에서 적극 구매하고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 유명 공대 학생들이 창업을 한다며 학교를 그만두는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한창 실력을 쌓아야 할 시기에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시장에만 뛰어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결국 그 나라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중국도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 인수를 타진하는 등 우리 기술을 욕심내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육성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이화식 회장#국산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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