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고희정 작가의 과학 돋보기]문화재-미술품 보존 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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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가는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안전한 여행길 비결은 뭘까요
블랙박스 탑재한 크레이트에 담지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같은 국보를 운송할 때는 특수 종이와 운송 상자를 사용해야 한다. 운송 중에도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흔들림이 없도록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다. 동아일보DB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같은 국보를 운송할 때는 특수 종이와 운송 상자를 사용해야 한다. 운송 중에도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하고 흔들림이 없도록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다. 동아일보DB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전시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동아일보 10일자 8면에 실렸습니다. 문화재청이 훼손을 우려해 해외 반출을 허락하지 않다가 포장 운송 과정에서 전시품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조건으로 허락했답니다. 문화재나 고가의 미술품의 경우 포장, 운송, 보관, 복구 등 모든 과정에서 과학의 도움이 꼭 필요하답니다. 오늘은 문화재와 미술품의 완벽한 보존에 필요한 과학 원리에 대해 알아볼까요.

○ 미술품을 보존하는 과학적 방법

작품을 보존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온도와 습도입니다. 기준이 되는 온도는 20∼21도, 습도는 55% 정도죠. 그보다 습한 곳에 작품을 보관하면 곰팡이가 생기거나 종이가 울어서 작품이 변형됩니다.

종이나 염료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오래 받으면 산화 반응을 일으키므로 햇빛이 드는 창문에는 자외선 차단 필름을, 형광등에는 자외선 흡수 필터를 붙여야 합니다. 또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합판이나 접착제에서 발생하는 유기산, 포름알데히드도 작품 손상의 원인이 됩니다.

작품을 운송할 때도 과학의 힘이 필요합니다. 작품의 표면은 꼭 중성 종이로 감싸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쓰는 종이는 대부분 산성을 띱니다. 종이의 셀룰로오스 성분이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하면 사슬 모양의 분자 고리가 끊기면서 누렇게 변색되고 부스러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때 산성 종이로 감싸면 종이가 산화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면서 작품의 손상을 가속화시킵니다.

잘 포장한 작품은 펄프섬유나 유리섬유를 압축해 만든 널빤지, 스티로폼, 골판지로 된 삼중 벽면으로 설계한 크레이트(crate)라는 미술품 전용 상자에 담습니다. 크레이트 중에는 방수 처리가 돼 있고 운송 도중의 상황을 기록하는 블랙박스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고가의 미술품은 비행기가 폭발해도 견딜 수 있는 ‘초강력’ 크레이트를 사용합니다.

크레이트 내부는 난방기와 냉방기, 가습기가 합쳐진 항온항습기를 설치해 전시장과 비슷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합니다. 또 산화 반응을 막기 위해 질소를 주입하고 산소를 제거합니다. 질소는 불에 타지 않는 기체라 화재의 위험도 덜 수 있습니다. 이동 시에는 진동에 따른 손상을 막기 위해 무진동 차량을 이용합니다.

○ 명화를 감정하는 과학적 방법

명화가 진품인지 아닌지를 감정하는 데에도 과학적 방법을 동원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방사성탄소연대 측정법입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돼 습니다. 원소 중에서 양성자 수가 같아서 같은 성질을 갖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소를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탄소(C)의 경우 자연 상태에서 탄소-12(12C), 탄소-13(13C), 탄소-14(14C), 세 종류의 동위원소가 있습니다. 모두 6개의 양성자를 갖고 있지만 중성자 수가 각각 다릅니다. 12C는 6개, 13C는 7개, 14C는 8개의 중성자로 이뤄져 있죠. 12C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탄소의 98.89%를 차지하고, 13C와 14C는 아주 적은 양을 차지합니다.

동위원소 중에는 불안정하여 방사선을 방출하며 계속 분해돼 안정한 원소로 변해 가는 원소가 있습니다. 이를 ‘방사성 동위원소’라고 합니다. 14C도 그중 하나입니다. 14C는 시간이 지나면 질소-14(14N)로 변합니다. 이때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은 원자의 개수가 처음의 반이 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합니다. 반감기는 원소에 따라서 모두 다른데, 14C의 경우는 5730년±40년입니다.

식물이나 동물은 대기를 호흡하므로 몸속의 12C와 14C의 비율이 일정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동식물이 죽어 호흡을 하지 못하면 12C는 거의 변함이 없는 데 비해, 14C는 붕괴되어 5730년마다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래서 방사성 탄소(14C)의 반감기를 이용하면 물건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또 생물이 죽은 지 얼마나 됐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남아 있는 14C의 양을 측정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알아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계산하는 방법인데, 이를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라고 합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은 그림의 연대를 측정해 위작 여부를 가리는 데도 사용됩니다. X선형광분석기, 적외선 분광기도 진위를 가리는 데 많이 활용합니다. X선형광분석기를 이용해 그림에 X선을 쬐면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도 안료의 금속 성분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작품이 그려진 당시에 사용했던 안료인지를 확인합니다.

○ 미술관에 가 보세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 보세요. 자동온도조절기나 습도조절기가 방마다 작동합니다. 또 관람선이 그어져 있어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게 합니다. 관람객이 손으로 작품을 만지거나 입김을 불면 안 됩니다. 작품이 손상될 수도 있으니까요.

서울 중구의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9월 29일까지 고갱 작품전이 열립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황색 그리스도’ ‘설교 후의 환상’, 이렇게 고갱을 대표하는 걸작 3점을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서 보여 줍니다.

서울 용산구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6개의 전시관과 50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상설전시관이 있습니다. 1만2044점의 유물을 전시하는데, 누구나 무료 관람이 가능합니다.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시대 말까지의 유물뿐 아니라 서예, 회화, 조각, 도자기 등 전통 미술 작품이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의 국립경주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고대왕국 신라 때까지의 유물과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 미술품 4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옥외전시장에는 범종, 석탑, 석불, 석등이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종으로 평가되는 성덕대왕신종(국보 제29호)도 볼 수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멋진 문화재와 미술작품을 직접 보고 감상하면서 전시관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를 찾아보세요.

고희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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