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방송 50주년 맞은 英 BBC ‘닥터 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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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피터 캐펄디… 나이 확 높아진 ‘뉴 닥터’

BBC 닥터 후 홈페이지 캡처
BBC 닥터 후 홈페이지 캡처
전 세계 SF 팬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열두 번째 ‘닥터’가 발표됐다. 바로 피터 캐펄디. 올해 방송 50주년을 맞은 ‘닥터후’의 방송사인 영국 BBC는 일요일인 4일 저녁(현지 시간) 프라임 타임에 가짜 퀴즈쇼를 편성해 깜짝 생방송으로 뉴 닥터를 발표했다. 올해 55세인 피터 캐펄디(사진)는 점점 젊어지던 닥터의 나이를 확 높여 클래식 시리즈의 향수를 되새기게 한다.

가장 오래 방영되는 SF 드라마이자 가장 성공한 SF 드라마인 ‘닥터후’는 1963년부터 1996년까지 26개 시즌이 방영됐다. 여기까지가 이른바 ‘클래식 시리즈’다. 이후 2005년 부활해 올해까지 7개 시즌이 방영됐는데, 이것이 ‘뉴 시리즈’다. BBC는 50주년을 맞아 올 하반기 뉴 시리즈 닥터 3명이 함께 등장하는 특별편과 ‘닥터후’ 제작 뒷얘기를 다룬 다큐 드라마를 제작했다. 새로운 닥터 피터 캐펄디가 등장하는 시즌 8는 내년에 방영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이미 클래식과 뉴 시리즈가 방영된 적이 있다. 닥터는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로드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다. 자신을 닥터라고만 지칭하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닥터 누구(Dr. Who)?’라고 묻는다. 타임로드 종족은 목숨이 여러 개라서 죽는 대신 몸이 바뀐다는 설정을 도입해 배우를 바꿔가며 새로운 시즌을 이어왔다. 닥터가 여행 때 데리고 다니며 결정적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기도 하는 동행자를 ‘컴패니언’이라고 부르는데, 지금까지 50여 명이 등장했다고 한다.

모든 행성의 모든 시간대를 여행할 수 있는 신에 가까운 능력의 소유자가 주인공인 만큼 ‘닥터후’의 세계는 거대하고 자유롭다. 깡통로봇을 연상시키는 달렉이나 사이버맨 같은 닥터의 적을 보면 처음엔 촌스러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키치한 맛에 시간여행이라는 설정을 십분 활용한 반전, 시즌마다 추가되는 기상천외한 설정의 행성과 닥터의 적들까지, 보다 보면 빠져들고 결국엔 닥터후 마니아, 이른바 ‘후비안’으로 거듭나게 된다.

‘닥터후’의 스핀오프 시리즈도 유명하다. 우선 시간여행자 캡틴 잭 하크니스가 주인공인 ‘토치우드’가 있다. 주인공은 잘생긴 양성애자이고 불사의 몸을 지녔다. 시원하게 쏘고 무너뜨리고 불 지르고 연애도 하는 성인용 시리즈다. 반면 ‘세라 제인 어드벤처’는 어린 자녀와 함께 보기에 좋다. 클래식 시리즈에서 닥터의 컴패니언이었던 세라 제인이 아들 루크, 로봇 강아지 K-9과 함께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닥터후’를 한번 보기 시작하면 방영이 쉴 땐 스핀오프를 보고, 다 봤으면 연말에 방영되는 특별 에피소드를 보고, 그것마저 다 봤으면 클래식 시리즈를 찾아 여기저기를 뒤지며 그 굴레에 빠지기 마련이다. 하반기에 방영되는 50주년 기념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라도 뉴 시리즈부터 보는 건 어떨까. 국내에 DVD가 출시돼 있다. 이미 수많은 한국 후비안이 있긴 하지만, 나만 이 개미지옥에 빠져 허우적대기엔 억울하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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